국민학교 5학년을 끝으로 학업을 포기해야 했던 억순이 박영혜(28세ㆍ빅토리아ㆍ서울 명수대본당)씨가 눈물과 맘으로 얼룩진 영광의 학사모를 받아쓰고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졸업식이 있던 2월26일 오전 10시, 수많은 축하객에 둘러싸여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있는 박영혜씨는 이날 28세의 조금 늦은 나이로 간호학과를 졸업한 감동의 주인공이다.
『이렇게 기쁜 날 왜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어요. 하느님이 저를 잊지 않으셨고 주위 많은 분들이 도와 주셨기에…』
주마등처럼 스쳐 가는 자신의 모진 인생역정 때문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는 박영혜씨의 한때 불행은 지난 16년 전의 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산에서 작은 철공소를 경영하다 갑자기 쓰러진 아버지가 77년도에 사망하자 엄마와 언니, 세 동생과 함께 서울로 올라온 박영혜씨 가족은 어머니마저 고혈압으로 몸져눕는 바람에 입에 풀칠하기조차 힘든 상황이였고 이때부터 박씨는 국민학교 5학년을 마지막으로 학교 대신 남의 집 가정부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박영혜씨는 언니와 함께 가정부 생활 등으로 병상의 언니와 세 동생을 돌봐야 했던 소녀 가장이었고 공부는「있는 자들만의 사치」로 여기며 스스로 위안을 했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인집 아이의 국교 교과서를 우연히 펼쳐든 순간 공부를 해야겠다는 충동을 느껴 20세가 다 됐을 때 국졸 검정고시에 합격하기에 이르렀고 85년에 중졸, 87년에 고졸검정에 차례로 합격했다.
특히 고졸 검정고시에는 가정부생활을 하던 주인집 도움으로 야간에 학원을 다닐 수 있게 되고 반년 만에 경기지역 수석을 차지하는 영광을 안았다.
이어 89년에는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간호학과에 당당히 합격,「 백의의 천사」 가 되고 싶었던 어릴적 막연한 희망을 현실로 바꿔 놓는 인생의 승리자가 됐다.
특히 박영혜씨는 교내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기 전까지인 3학년 1학기 때까지 가정부 생활을 계속해왔으며 재학 중에는 호스피스 활동과 가톨릭 학생회 진료단의 일원으로 빈민지역 등을 순회하며 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하기도 했다.
3월2일부터 강남 성모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의연한 직장인으로서 백의의 천사로서 근무하게된 박영혜씨. 박씨는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어렵다거나 힘들다는 불평 없이 항상 여유 있고 융통성 있는 생활을 해왔다』는 주위 사람들의 칭찬처럼 『앞으로 저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열심히 살아감으로써 이제까지 진 빚을 하나씩 갚으며 살겠다』며 야무지게 말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