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영광이 부르는 곳으로 가겠습니다』 우리 수녀회 창립자 신부님의 말씀에 따라 첫 소임지 등촌 1동 본당에 파견된 지 만 6년. 하느님께서는 본당 사목을 통해 더 깊은 당신의 신비와 사랑를 체험케 하셨다.
1천6백 명이 겨우 넘는 작은 공동체, 막 분가되어 나온 신자들과 함께 나의 일은 시작되었다. 성당을 짓기 위해 낡은 공장건물 내부를 수리하고 우리 손으로 성당을 완성하여 마침내 봉헌하던 그 감격, 우리 모두 잊지 못할 것이다. 추기경님도 방문하셔서 예수님이 태어나신 베들레헴 마굿간처럼 푸근하게 느껴지신 댄다. 요즘 교회의 높은 건물 비대화와는 달리 작고 초라한 거룩한 성전에서 우리 신자들은 행복해한다.
하느님은 이곳에서 많은 체험과 보람을 주셨고 인생공부 또한 주셨다. 인생을 알게 해주셨고 있는 그대로의 인간을 사랑하게 해주셨다. 병ㆍ죽음ㆍ미움ㆍ질투ㆍ오해하며 살아가는 이 세상은 우리가 천국을 향해 거쳐야 하는 연옥.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사랑하시어 이 모든 정화를 통해 삶의 완전한 곳으로 향하게 하신다.
이곳저곳 방문하며 검게 탄 얼굴이 좋았고 나를 통해 하느님께서 놀라운 일을 하실 때의 기쁨은 그 무엇과 비교될까. 냉담자 회두, 예비자들 영세날, 임종을 기다리는 환자들과의 만남, 고통과 슬픔도 많았지만 기쁘고 행복하고 보람 있었던 날이 더욱 많다. 나의 사랑과 손길이 담겨있는 성당, 전 지역은 나의 발자국, 이곳은 나의 집, 나의 가족인 나의 첫사랑이다.
하느님이 나를 사랑하시듯이 나는 하느님의 사랑으로 이곳을 사랑해 왔다. 나의 젊음 모두를 바치며… 되돌아보면 나의 부족으로 실수도 많았고 이루지 못한 일들이 많다. 허나 하느님께서 모두를 계획하시고 손수 하시는 일,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하실 것이다. 이 지면을 통해 특별히 감사드리고 싶은 분들, 나를 많이 사랑해주셨고 좋은 표양으로 사목을 지도해 주셨던 본당 신부님과 사랑과 기도로 나에게 기쁨을 주셨던 등촌1동 본당 모든 신자들, 그리고 나와 함께 동거동락하시는 우리 수녀원 공동체에게 감사를 드린다.
오늘도 난 하느님의 영광이 부르는 곳으로 가기 위해 준비하는 하루의 삶을 재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