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동안 한 주도 빠짐없이 어린이들에게 사랑과 믿음의 씨앗을 뿌려온 한 50대 어머니 교사의 표양이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 주일학교 교사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가져다주고 있다.
불혹이 넘은 나이에 뒤늦게 시작한 주일학교 교사생활이었지만 어린이들에 대한 사랑과 자기계발에 있어서만은 어느 젊은이 못지않았던 조정옥씨(56세 카타리나)는 그러나 2월 21일 서울 대방동본당에서 퇴임식을 가졌다.
『퇴임은 결코 어린이들과의 이별이 아니라 새로운 만남을 위한 재충전 시간을 갖기 위한 것일 뿐임을 거듭 강조하는 조씨는 『나이가 나이인 만큼 조금의 휴식들 취하고 배우고 싶었던 피아노도 배우면서 새로운 만남을 준비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씨에겐 다가오는 주일에도 어김없이 주일학교에 나가 어린이들 앞을 서성이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장난 많고 말썽 많은 초등부 어린이들에게 결코 큰소리를 지르지 않고 수업하는 교사로서 유명한 조씨는 『충분한 교재연구들 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교수방법들을 항상 계발하는 것이 비결이라고 소개했다.
자신의 아들과 함께 동화를 녹음해서 들려주는가 하면 인형을 직접 제작해서 인형극을 손수 보여주는 등 조씨의 다양한 수업방법은 어린이들의 관심과 흥미들 끌어모으기에 충분했다. 증명이라도 하는 듯 조씨의 집안 구석구석엔 주일학교 교리수업을 위한 자료, 인형 및 소품들로 가득했다.
『특별히 배운 것은 없어요. 교사연합회 차원에서 실시하는 교사 연수에 절대로 빠지지 않았고 매번 열심히 참여했을 뿐이지요』
대방동본당에서 제1호로 교사자격증을 소지하게 된 소씨는 탁아교사 자격증, 레크레이션 중급교사 자격증 등도 갖고 있다. 15년 동안의 교단경험 또한 조씨가 이젠 주일학교 교사로서의 전문인임을 말해준다.
『이상하게도 한 번도 교사생활이 힘들지 않았어요. 주일이면 놀러가고 싶다는 생각이나 쉬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거든요. 그러다 보니 15년 동안 한 번도 우리집 아이들과 주일에 점심식사를 해 보지 못 했어요』
조씨에겐 결코 잊을 수 없는 감동적인 사건이 있다.
『내가 담임한 반에 마치 마리셀리노같이 느껴지는 아이가 있었어요. 관심을 가지고 생활기록부를 보니 정발 부모 없는 고아 소년이었죠. 저는 그 고아 남매를 데려다 함께 저녁도 먹고 옥상에 누워 별을 보고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며 위로하곤 했습니다. 그 소년이 지금은 성장해서 신학생이 되었어요』
눈시울을 붉히는 조씨는 『어릴 적부터 간직했던 꿈을 40세가 넘은 나이에 이룬 것이나 특히 교리교사가 되었다는 것은 정말 너무나 감동적이고 하느님의 은총이 아닐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교사 MㆍT는 물론 뒷풀이 시간에도 항상 젊은이들과 함께 했던 조씨는 『우리 교사들은 일반 국민학교 교사와는 달리 불우한 아이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 용기와 꿈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일학교 교사생활을 통해 긍정적이며 적극적인 사고를 갖게 됐다는 조씨는 『2년 후엔 꼭 피아노를 잘 치는 60대 할머니 교사가 되겠다』는 다짐을 보였다.
<경>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