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명의 이웃과 자신의 목숨을 맞바꾼 장재훈씨. 그는 인간의 생명이 무참하게 짓밟히고 있는 오늘, 우리의 어두운 모습을 환하게 밝혀주면서 한 줄기 빛으로 떠나갔다. 위령성월이 시작되는 11월, 우리 신앙인에게 참 사랑이 무엇인지, 무엇이 그리스도인의 죽음인지를 명백히 보여주고 떠나간 그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죽음을 묵상해 본다.
『항상 남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남이 좋아하는 것을 쫓아했던 분이셨는데 결국 자신을 돌보지 않고 남을 구하려다 함께 변을 당하신 것 같아요. 평소 살아오신 삶대로 마지막 삶을 마감하신 것 같아요.』
10월 24일 발생한 충주호 유람선 화재사고에서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승객 30여 명의 탈출을 도운 뒤 탈진해 사망한 고 장재훈(사무엘ㆍ60ㆍ서울 서대문본당)씨.
졸지에 아버지를 여윈 장씨의 가족들은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 오열을 하면서도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마지막 한 사람이라도 더 승객을 구출하려고 노력했던 아버지를 떠올리며『평소 우리들에게 하신 말씀을 스스로 실천해 보이셨다』고 말했다.
박해시대의 구 교우 집안에서 태어나 신앙에 충실한 삶을 살아왔던 만큼 가족과 이웃에게도 철저한 신앙인으로서의 모습을 잃지 않았다고 강조하는 가족들은『비록 일찍 가셨지만 꼭 필요한 일을 하시고 가신 아버지가 자랑스럽다』며『아버지의 뜻대로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충남 아산만에서 태어나 수영에는 자신이 있었던 아버지셨지만 선실 안에 갇혀 있는 승객 30여 명을 대피시키는 동안 탈진, 결국 수영을 하지 못하고 그들을 대신해 가셨습니다』
함께 여행을 떠났던 동료로부터 아버지의 얘기를 들어 상황을 이해할 수밖에 없지만『항상 남을 위해 사신 삶에 비추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분』이라는 가족들은『유언 대신에 행동으로 실천해 보이셨다』고 강조했다.
서울 서대문구 냉천동과 옥천동 천영동 등 같은 동네 친목계인「삼천연회」회원들과 관광을 떠났다가 변을 당한 장재훈씨는 사고 직전 동료들에게 몇 개월 전 척추수술을 받아 함께 오지 못한 부인 김정자(세실리아ㆍ59)씨에게 미안해 할 정도로 금실이 좋은 화목한 가정을 이루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가족들은 평소 장재훈씨가 신앙 선조들과 같이 치명을 하고 싶다는 얘기를 자주해왔다고 전하고『아버지는 바로 이웃을 위해 치명하신 현대의 순교자』라고 설명했다.
스스로 근검절약의 정신을 실천하며 자신에게는 인색하면서도 남에게는 항상 너그럽고 후한 삶을 살아왔던 장재훈씨. 그는 평소의 생각대로 죽음의 순간에서 결코 자신을 돌보지 않는 치명자의 삶을 마감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장재훈씨 가족들은 한국 평협이 시상하는 가톨릭대상 사랑부문 수상자로 고인이 선정됐다는 소식에『아버지가 이상을 원하신 것은 결코 아닐 것』이라고 강조하고『아버지가 못다한 일을 자식들이 대신 하라는 채찍으로 알고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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