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오늘을~ 축하합니다.”
7월 14일 충남 논산 쌘뽈요양원 성당에 축하 노래가 울려 퍼졌다. 살구빛 드레스를 맞춰 입은 오라시오 합창단(단장 양해원, 지도 나연수 신부)은 이달에 생일과 축일을 맞은 어르신들을 위해 특별한 공연을 펼쳤다. 축하 노래에 이어 각종 성가와 가곡, ‘7080메들리’ 등 어르신들의 눈높이에 맞는 20여 곡을 선사했다.
이날 공연 무대에서 지휘자 김희주(소화 데레사) 가톨릭 성음악 아카데미 주임교수는 젊은 시절 음악을 좋아했다는 이민자(데레사·85) 어르신을 모시고 함께 ‘보리밭’을 노래하기도 했다. 어르신은 합창단과 눈을 마주치며 한 소절 한 소절 따라 불렀다. 지휘자를 바라보며 노래하는 단원들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맨 앞에서 휠체어에 앉아 공연을 관람한 한성희 수녀(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서울관구·88)는 밝게 상기된 얼굴로 “하느님의 사랑이 넘쳐흐르는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이날 ‘어르신’들을 위해 공연을 펼친 주인공은 다름 아닌 ‘어르신’들이다. 오라시오 합창단원들의 평균 나이는 68세. 하지만 이들은 성가를 통해 나눔과 봉사의 삶을 실천하며 새로운 인생을 누리고 있다.
특히 이날 공연은 문화생활을 즐기기 어려운 요양원 어르신들을 위해 합창단이 마련한 ‘특별 공연’이었다. 요양원이 한 달에 한 번 여는 생일 및 축일 축하 행사에 초대하자 합창단은 이를 흔쾌히 수락하면서 무대가 마련됐다.
신입 단원인 김영숙(가타리나·59·서울 방배4동본당)씨는 “공연이 끝나고 부모님 생각이 나서 가슴이 뭉클했다”면서 “‘잘 살다가 하느님 곁으로 잘 가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마음을 비우는 시간을 가졌다”고 덧붙였다.
단원 중 최고령인 한죽희(요안나·76·서울 삼성동본당)씨는 “요양원에서 봉사를 하다보면 하느님께 감사함을 많이 느낀다”면서 “건강한 것도 감사하고, 노래 부를 수 있는 재능을 주신 것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희주 교수는 “제일 처음 요양원 봉사를 갔을 때 단원들과 함께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면서 “요양원 봉사를 통해 단원들이 얻는 것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원들은 연주회를 앞두고 하루에 16시간씩 연습해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다”면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는데 의의를 두고 즐겁게 연습하는 모습이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오라시오 합창단은 서울대교구 사목국 노인사목부의 ‘가톨릭 영 시니어 아카데미’에 속한 동아리로, 아카데미 재학생과 졸업생으로 구성돼있다. 단원은 지휘자와 반주자를 비롯해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 등 30여 명이다.
합창단은 매달 3ㆍ5번째 목요일에는 서울 구립서초노인요양센터에서 미사곡을 부르며, 어르신들을 위해 해마다 작은 음악회도 여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