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17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린 도시피정 참가자들이 묵상한 내용을 기도문으로 쓰고 있다.
“‘한 시간 반이라는 시간으로 과연 피정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안고 성당에 들어섰는데, 마치 2박3일간 피정한 느낌을 받았어요. 삶에서 기뻤던 순간들을 회상하며, 나는 정말 하느님의 사랑을 받으며 살았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었어요.”
서울 명동에 직장을 둔 신미선(미카엘라·33)씨는 바쁜 시간을 쪼개 인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꼬스트홀을 찾았다. 주교좌 명동본당 문화예술분과(분과장 김대식 바오로)가 진행하는 ‘도시피정’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신씨는 “회사에서 가깝기도 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기도할 수 있다고 들어서, ‘한 시간 반 동안 편하게 쉬다 가자’는 마음으로 참여했다”면서 “피아노 연주와 함께 한 묵상 시간이 나의 몸과 마음을 쉬게 하는 ‘힐링’이 됐다”고 말했다.
‘마음-쉼’을 주제로 연 이날 도시피정에는 250여 명이 참가해 쉼과 묵상의 시간을 가졌다. 특히 참가자들은 ‘따뜻하게 빛나는 기억 속 나의 기쁨과 즐거움’과 ‘지금을 의미 있게 하는 나의 기쁨, 나의 보람’, ‘보다 빛나는 더 의미 있는 기쁜 삶을 위한 마음의 쉼’ 등을 침묵 중에 묵상했다.
피아니스트 노영심(마리보나)씨는 참가자들이 더욱 깊이 묵상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묵상 시간 내내 피아노를 연주했다. 유희경(아우구스티노) 시인은 묵상 중간중간 시도 읊어줬다.
묵상 중, 간간히 흐느껴 우는 소리도 들렸다. 암 투병 중인 임희근(바오로·55)씨는 “과거 즐거웠던 순간을 회상하는 데 그냥 눈물이 나왔다”면서 “기억 속의 내 모습은 그동안 방사선 치료 등 암 치료를 받느라 머리카락도 다 빠지는 등 주눅 들어 있던 현재의 나와는 너무 대조되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임씨는 “서울 도심에서 이렇게 함께 기도하고 기쁜 기억을 꺼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 본당에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날 참석자들은 각자 묵상한 내용을 기도로 써보는 시간도 가졌다. 또 피정 중에는 문화 소외계층을 위한 모금도 진행했다. 이 기금은 교도소 재소자들의 문화 활동을 위해 쓰인다.
주교좌 명동대성당 도시피정은 지난해 5월 처음 시도, 도심 속 성당을 쉼과 명상의 공간으로 제공해 호응을 얻어왔다. 올해는 지난 3월부터 격월로 도시피정을 진행하고 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