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씨튼 수녀회 한국 관구, 전남 강진에 ‘성요셉상호문화학교’ 설립
이주배경 청소년 위한 기숙형 대안학교 문 연다
사회 부적응 청소년 등 내년부터 신입생 받아 등록금 최소화 계획
운영 위한 도움 절실

‘성요셉상호문화학교’가 자리잡게 될 교사와 체육관 등 부대시설 모습. 60년 동안 전남 지역 여성 교육에 큰 몫을 했던 성요셉여자고등학교의 시설을 그대로 이용한다.
사랑의 씨튼 수녀회 한국 관구(관구장 김영선 수녀)가 전라남도 강진에 이주배경 청소년들과 위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요셉상호문화학교’를 설립, 2018년부터 신입생을 받는다. 학교는 최근 전남 교육청으로부터 ‘각종 대안학교’로 설립 인가를 받았다.
‘성요셉상호문화학교’는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소외된 부적응 청소년들과 이주민 자녀, 탈북청소년 등 이주배경 청소년들이 함께 생활하는 통합교육 기숙 대안고등학교다. 특히 이 학교는 최근 다문화 사회 교육 이념으로써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상호문화교육’의 이념과 원리를 바탕으로 운영한다.
상호문화교육은 ‘상호문화주의’에 입각한 교육 이념과 제도다. ‘다문화주의’는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지만, 소수자나 이민자 집단의 사회 적응을 강조한다. 반면 ‘상호문화주의’는 쌍방향적 관계와 소통을 중시하고, 소수집단과 다수집단이 서로의 문화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교 설립 담당 이영신 수녀는 “‘더불어 배우고, 살고, 행동하자’는 것이 성요셉상호문화학교의 기본 교육 방향”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이 수녀는 “가정과 학교,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일반 청소년들, 그리고 점점 더 위기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이주배경 청소년들이 함께 생활하면서 ‘더불어 사는’ 지혜를 익힐 것”이라고 밝혔다.
사랑의 씨튼 수녀회는 1962년 강진에 ‘성요셉여자고등학교’를 설립, 전남 지역 여성 교육에 큰 몫을 담당해왔다. 하지만 농어촌 인구 감소로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어, 2016년 2월 문을 닫았다.
수녀회는 이에 따라 오늘날 시대가 요청하는 새로운 교육 사도직을 고민, 가장 소외된 청소년 계층을 대상으로 상호문화교육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국내에서 ‘상호문화교육’을 표방한 교육기관, 특히 이주배경 청소년과 위기 청소년이 함께 생활하는 기숙 대안학교가 마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녀회는 2018년에 첫 신입생을 모집하지만,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 우선 20명으로 모집 인원을 제한한다. 아울러 학교 운영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는 많은 과제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방안을 마련 중이다.
실제 학교 설립 결정 당시, 서로 이질적인 이주배경 청소년과 위기 청소년을 함께 교육하는 것에 대해 수녀회 안팎에서는 많은 우려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수녀회는 “처음에는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소외를 겪어본 공통적인 경험이 오히려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해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가장 큰 어려움은 재정 문제다. 수녀회는 후원회원들의 도움과 기업이나 뜻있는 독지가들의 후원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수익을 내는 수녀회 사도직 활동이 전혀 없는데다가, 등록금도 학생들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수준으로 책정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학교 시설 및 기숙사, 부대시설 등은 폐교한 성요셉여자고등학교 시설을 그대로 이용한다.
이 수녀는 “수도회 모든 회원들이 재원 마련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회원들이 ‘우리가 한 끼 굶으면 되지’라고 하는 말도 농담만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후원 문의 061-432-9240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