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18일 사학의 명문 연세대학교에서 맹인(盲人)으로서는 첫 교수로 임명된 사회사업학과 이익섭(요셉)교수.
우리나라에서는 2호로 탄생된 맹인교수 이익섭 박사는 『내 개인의 능력보다는 나를 조교수로 임명한 연세대학교의 기독교 정신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임용소감을 밝혔다.
연세대학교의 이 같은 결정은 교수들의 만장일치로 이루어져 더욱 뜻깊게 받아들여지는 가운데 이 사회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하고있는 청신호로 평가되고 있어 앞으로 장애인들의 입지에 커다란 용기를 심어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학위를 받고 88년 귀국 후 시간강사로 지낸 지난 4년 동안의 많은 갈등과 좌절로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토로하는 이 교수는『이를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나와 같은 장애인들과 아내의 역할이 컸다』고 회고했다.
서울 사대부속 국민학교 5학년 때인 63년 우연히 걸린 망막염이 악화돼 실명한 이 박사는 숱한 난관을 극복하면서 정상인에게도 쉽지 않은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교수가 된 30년 면학기의 뒤에는 이 박사의 어머니 백을순(데레사 69세)여사와 이모인 고 백 나자렛의 마리아 수녀(갈멜수녀회)의 눈물겨운 뒷받침이 있었다.
특히 어머니 백 여사는 이 박사를 계속 공부시키기 위해 점자 타자를 배워 매일 아침 대학진학에 필요한 자료를 만들어 주는 등 눈물겨운 뒷바라지를 통해 오늘날의 이 박사를 키워냈다.
이 박사는 『일제 때 전문학교를 나오신 어머님이 일본책에서 장애를 극복하고 훌륭한 위인이 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잠자리에서 들려줬다』고 말하면서 『아마도 이것이 내가 학자로서의 꿈을 키우는데 커다란 정서적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회고한다.
서울 맹학교에서 중고교 과정을 마친 이 박사는 시각장애자에게 문을 열어주는 대학이 없어 2년 동안 방황하다 연세대가 장애인 입학을 허용하면서 75년 신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시절 우수한 학업능력을 보인 이 박사는 79년 졸업 후 상담과 선교녹음테이프 제작을 통해 장애인을 위한 사회봉사 활동에 나섰으며 그 과정에서 소외계층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커져 학문의 길을 결심했다고 한다.
『실명된 것을 확인한 순간 두 달 동안 방 안에서 답답함과 절망으로 울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하는 이 박사는 『유학시절 힘들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지만 내 옆에서 필요한 자료를 찾아주고 내게 용기와 힘을 준 아내가 있었기에 끝까지 학업을 마칠 수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또 『장애인들은 여러모로 불편하지만 정상인들과 동등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전제하고 『이러한 장애인들의 능력을 수용하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과 아울러 장애인 스스로가 어렵더라도 사회의 떳떳한 지위와 신분을 갖출 수 있도록 계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얻은 값진 인간승리의 주인공 이익섭 교수. 그의 성공은 개인적인 기쁨을 넘어 이 사회에서 동등한 인간으로 살고자 하는 모든 장애인들의 가슴에 뜨거운 힘과 용기로 스며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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