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누구나 새로운 시도에 앞서 두려움을 갖게 된다. 더욱이 나이가 들고 육체가 성하지 못하다면 그 두려움은 몇갑절 크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러한 통념을 깨고, 고희 (古稀)를 넘긴 나이에도 꾸준한 작품활동을 벌이며 수필가로 등단, 자신의 생을 한권의 책에 담아 낸 할머니가 있어 주위의 많은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가져다 주고 있다.
「수필문학」 5월호에 「벼랑끝의 나무」라는 수필로 문단에 등단한 전희국 (72세ㆍ헤레나ㆍ서울 화곡2동본당)씨는 『내게 있어 서투른 글을 쓴다는 것은 가장 어렵고 고달픈 길이면서도 내가 살아 움직이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생명의 길이기도 하다』고 전한다.
뒤늦게 60세의 나이에 글을 쓰기 시작한 전희국씨는 수필가로 등단함과 동시에 10여년 동안 틈틈이 집필해 왔던 수필 50여점을 묶어 「내 생명 싹트던 아침」이라는 수필집도 발간했다.
『어느날 문득 알 수 없는 그 누군가의 손길에 떠밀려 아주 우연히 산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 산에서 어떤 불가사의한 체험을 하게 되었는데 지금까지 닫혀져 있던 내 마음의 눈이 열리는 그런 경험이었습니다.』
오랫동안 병석에 누워있는 남편의 뒷바라지가 때로는 짜증나고 권태로와 힘겨웁던 시절, 새벽녘에 찾아간 산은 전씨에게 새로운 기쁨과 희망을 가져다주고 세상을 보게해준 계기가 되었다.
그후부터 전씨는 하느님이 주신 자연의 아름다움을 찬미하고 일상생활속에서 느끼는 신앙체험을 글로 쓰기 시작했다.
집안에서 살림하고 5평남짓한 정원의 나무들을 가꾸는것이 전씨가 할 수 있는 하루의 생활이다 보니 전씨는 글을 쓰면서 소재의 빈곤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가끔 시장이나 병원에 갈 때면 꼭 종이와 연필을 준비한다』는 전씨는 『버스안에서 보이는 바깥 풍경이나 병원의자에 앉아 서성이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깊은 묵상에 빠지게 되고 이러한 묵상끝에 글이 나오게된다』고 말한다.
전씨는 『문학은 항상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깊은 묵상과 기도를 통해 진실의 완성인 하느님을 만나서 그를 찬미하는 것이 바로 내가 도달할 수 있는 문학의 완성이 아니겠느냐』고 자신의 문학에 관한 뚜렷한 신념을 토로하기도 한다.
천부적으로 타고난 글솜씨라는 평을 듣고있는 전희국씨의 글들은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자세한 관찰과 작가의 깊은 이해가 하나로 일치되어 꼭 한편의 정물화를 보는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젊은 시절, 많이 읽지 못했던 책들을 읽어보고 싶지만 돋보기를 써도 잘 보이지 않는 눈이 안타깝기만 한 전씨는 『어릴적 꿈꿔왔던 문학도의 꿈이 늙은 지금에야 이루어져 조금 애석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꿈을 이루게 되었다는 점에 감사하며 부단한 노력으로 좋은 글들을 써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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