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공소사목에 참여할 나자렛 예수 자매회에 파견되는 나를 두고 많은 분들이 염려를 하셨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내 별명이었다. 어릴때 식구들이 모과나 호박하면 으레 나를 두고 부르는 애칭 (?) 이었으니 결국 호박이 갈곳으로 가는것이라고 위로를 드리고 싶었다. 측량할 길 없는 하느님 안배의 그 참뜻은 사랑 자체인 것을….
이곳은 사방으로 자연산천이며 논과 밭이 위·아래 마을로 끝없이 이어진 곳이다.
『하늘은 야훼의 하늘이어도 땅만은 사람들에게 주셨나이다』 (115, 16) 라고 고백한 시편 작가처럼 온 주민들이 땅을 삶의 터전으로 받아들이며 땅에 충실한 분들이다. 바로 이곳에 그들곁에 우리를 세우신 것이다. 조금씩 작물 가꾸는 법도 익혀서 땅과 익숙해지고 땅과 친한 이웃들과 한마음을 나누며 마침내는 그분들 마음안에 복음의 씨앗을 뿌리는 참된 농부이기를 원하시는가 보다.
우리들의 작은 힘이 온통 풀로 무성하고 많고 많은 돌들로 메꾸어졌던 거친땅을 한평, 한평 밭으로 변화케한다. 메마른 땅에 생기를 주고자 거름도 잊지않고 산보길에서 자주 보아둔 소똥을 손수레에 가득히 실어와서 퇴비더미에도 섞어주고 밭에도 골고루 뿌려주었다.
『수녀님, 눈에 보이는게 소똥밖에 없네요』. 「똥」자를 붙이기가 어색했던지 계분처럼 소분이라 부르자는둥 웃겨가며 누구하나 언짢아하는 기색없이 만사를 잊고 소똥 주어 모으는 것에만 열중해있다. 삶의 충실함과 순박함의 향을 올리고 있는 듯한 그날 청원자들의 모습은 하느님의 산천과 가장 잘 어울리는 주인공들처럼 보였다.
우리의 일기장에 오십여평으로 적어놓은 새롭게 일구어진 부드러운 흙의 넓은 땅을 바라보며 『밭이 멀끔하네요』 인사하며 떠날줄을 모르고 지나 다니시는 동네분들도 온갖 종류의 채소들, 열매로 가득찬 수녀원 밭을 둘러보며 『없는것이 없다』고 신기해 하신다. 그러나 감추어진 열매가 또 하나 있다. 노력하는만큼 거두게 하는 땅의 겸손함과 성실, 순종으로써 따르지 아니하면 결실의 풍요로움을 맺을수 없는 땅의 가르침, 가장 귀한 수확이다.
일전에 옥수수 따먹는다고 쫓아버린 옆집 소들에게도 오늘은 잘먹는 옥수수를 주는것 잊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