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성동구 금호동시장 옆 골목을 따라 쭉 가다보면 금호동성당 지나 바로 우측편에 성모조기교육원이 보인다.
30여 평도 채 못 되는 공간에 교사실이랑 공부방이 갖추어져 있는 이곳이 박현숙(글라라ㆍ38)씨가 매일 매일 작은 기쁨을 발견하는 곳이다.
박씨는 정신지체장애 아들을 위한 조기교육 시설인 이곳에서 작년 9월부터 운영을 맡아보고 있다. 성모조기교육원은 비싼 교육비 때문에 배울 기회를 놓친 가난한 집 아동들을 위해 서울 가톨릭 사회복지회가 후원하고 금호동본당이 주관이 되어 설립한 특수아동 조기교육기관.
79년 이화여대 특수교육학과를 졸업한 박씨는 구로동 성베드로학교에서 특수아동들을 가르치는 일을 시작했다.
만 8년간의 교사생활을 마치고 87년 초 갑작스런 늑막염으로 눕게 되자 자연 교사생활은 중단됐다. 『처음 부닥치면서 어려움도 많았지만 정말 열심히 아이들을 돌봤습니다. 아마도 몸이 지칠대로 지쳐 탈진한 상태였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둘째 아이 양육문제까지 겹쳐 박씨는 92년 9월까지 5년동안을 평범한 주부로서 가사일을 돌보며 지냈다.
그러던 박씨를 다시 불러낸 것은『내가 아니면 이 일을 할 수 없다』는 일종의 소명감이었다. 물론 다시 시작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남편의 동의는 얻는다 해도 두 아이들을 설득하기가 두려웠다. 『자기들에게는 소홀히 대한다고 느끼면 어쩔까』하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갈망은 더해갔고, 『그 아이들은 이 엄마가 꼭 필요한 사람들』이란 말로 다행히 아이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
서울교구 사회복지회의 추천으로 작년 5월 문을 연 성모조기교육원에서 다시 장애아동들을 마주한 박씨는 특히 이곳에 나오는 아이들은 모두가 가난한 집 아이들이어서 더욱 보람을 느끼고 있다.
『다른 분야와는 달리 결과가 쉽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몇갑절의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지요. 무엇보다 작은 것에서도 큰 기쁨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박씨는 또 현행 특수아동 교육시설의 영세성과 주먹구구식 운영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정부 당국의 지원을 받을 길이 전무한데다 사설 기관이 대부분이어서 개인적인 관심여하에 따라 설립ㆍ파산이 반복된다는 것.
그나마 좀 나은 기관은 비싼 교육비 때문에 엄두를 못낸다. 매월 20~30만원 하는 교육비는 보통 가정에서도 부담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과거 유치원 교육에 관심을 두고 큰 성과를 거두었던 교회가 이제는 특수아동 조기교육분야에 눈을 돌릴때라고 박씨는 강조한다.
『늘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지만 이들의 천진한 모습에서 작은 예수님을 발견합니다』
자그마한 체구지만 늘 박씨의 입가에 머물고 있는 온화한 웃음은 무엇과도 비길 수 없는 큰 사랑의 힘을 지닌듯 했다.
['93기획 앞서 달린다] 4 특수아동교사 박현숙씨
각고의 인내로 장애아동들 꿈 키운다
특수아동 조기교육에 관심을
천진한 아동들 통해서 주님 발견
주먹구구식 교육시설 운영 문제
사회 모성 회복하는 맘으로 "열정,,
발행일1993-02-21 [제1843호, 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