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주교구 가정사목국이 7월 8~9일 마련한 ‘어?!른 청년’ 프로그램에서 가정사목국장 정효준 신부(뒷줄 맨왼쪽)와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결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청년’의 범위가 넓어졌다. 대학생들과 사회 초년생들이 주축을 이루던 본당 청년회는 이제 40대 초반 청년들까지 함께하는 모임이 됐다. 20대 초반 대학생들부터 30대 후반 젊은이들이 한데 어울리는 모습에는 분명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신앙 안에서의 목마름은 다른 형태를 지니고 있을 수 있다. 그 간격을 메우기 위해서는 어떤 방안들이 모색돼야 할까.
7월 8~9일 충북 괴산 아빠의 나무 펜션에서는 35세부터 45세까지의 청년들 대상으로 한 ‘어?!른 청년’(이하 어른청년) 프로그램이 열렸다. 청주교구 가정사목국(국장 정효준 신부) 주최로 마련된 행사는 교회 안에서 소속감의 부재를 겪을 수 있는 35~45세 신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신앙의 기쁨을 함께 찾아보는 자리였다. 생애 주기에 따른 맞춤사목 프로그램의 일환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20여 명의 젊은이들이 참여한 프로그램은 ‘우리 신앙 이대로 좋은가’ ‘나는 왜 교회와 밀당을 하고 있는가’ 질문을 주제로 한 강의와 그룹 토의 등으로 진행됐다. ‘다시 세우는 신앙설계’를 통해 참여자들의 목소리와 결심을 듣는 시간도 준비됐다. 특별히 모든 강의는 토크 위주로 진행됐고, 가르침보다는 청년들의 ‘들음’에 초점이 맞춰졌다. 강의에는 정효준 신부를 비롯해서 김대섭 신부(교구 복음화연구소장), 민광호 신부(성소국장) 등이 참여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교구나 본당의 청년 프로그램을 통해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청년보다는 취업이나 결혼 등의 이유로 잠시 교회를 찾지 못하고 있는 청년들이 주 대상이 됐다. 3년 이내 기혼부부들에게도 개방돼, 네 쌍의 부부가 참석한 가운데 또래 젊은이들과 신앙에 대한 공감대를 나눴다.
무엇보다 ‘쉼과 대화’를 중심으로 신앙에 대한 생각과 의견을 나눈 청년들은 연령별 그룹 나눔 등으로 나눔 작업을 세분화해서 보다 진지한 소통의 장을 가졌다. 젊은이 냉담교우의 증가, 신앙과 실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괴리감 등 허심탄회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냉담중’이라고 밝힌 임재영(모세·청주 서운동본당)씨는 “많은 대화를 통해 다시금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졌다”고 말했다. 최근 영세를 한 신윤숙(에스델·청주 금천동본당)씨는 “겉돌고 있는 신앙에 대해 되짚어 볼 수 있어서 유익했다”면서 “아직 미숙한 신앙이지만, 예수님을 신뢰하고 사랑을 나누는 공동체를 꿈꾸고 싶다”고 말했다.
가정사목국은 앞으로 이번 프로그램 결과를 바탕으로 요청하는 지구와 본당을 찾아 ‘어른청년’ 신자들의 이야기를 꾸준히 들어볼 예정이다.
정효준 신부는 “교회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회와 구성원의 오늘을 바라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히고 “어른 청년 신자들을 만나서 신앙적 어려움을 나누고 소통을 시도한 자체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