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서(書) 화(畵) 가(歌) 무(舞)에 대한 주민들의 사랑과 관심이 남다를 예향의 고도 진도에서 우리 그림의 혈맥 잡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 장애인 한국화가 박영실(요셉ㆍ42세ㆍ진도본당 석교공소)씨.
박 화백에게 있어서 그림 그리는 작업은 하나의 인내요 기다림이다. 과도한 욕심이 앞서도 아무런 작품을 탄생시킬 수 없다. 출산의 고통과도 같이 자신과의 싸움과 노력 그리고 오랜 기다림을 통한 인내로 자식과도 같은 그림, 간간이 떠오르는 아내의 고운 모습과도 같은 제2의 분신을 형상화하는 것이다.
다발성 류마치스 관절염을 32년 간을 앓아온 박 화백의 몸뚱아리 중 성한 곳이라고는 붓을 잡기 위해서 하느님이 선물로 남겨준 손 밖에 없다.
국민학교 4학년 때인 1963년 9월 처음으로 발병해 요에 누워 산 송장처럼 지내야했던 박 화백은 발병 17년 만에 간신히 몸을 일으켜 움직일 수가 있었다. 함께 생활하고 있는 모친 백오심(수산나ㆍ65세)씨에 의하면 박씨의 거동은 천주의 모친 성모님의 전구 덕택이라고 한다.
너무나 긴 기다림, 몸을 가눌 수만 있다면 생명을 버리고 싶을 만큼 지루한 기다림을 겪고 난 박 화백은 한국화 교본을 구입해 독자적으로 그림 수업을 해나갔다. 그동안 제대로 살아보지 못한 삶을 보충이라도 하듯 눈만 뜨면 붓을 잡고 씨름을 벌였다.
박 화백에게 있어서 그림 그리기는 곧 재생의 삶을 여는 계기가 됐고 잠 자는 시간 외에는 그림만 그린 그는 독학 5년여 만인 1986년 국제평화통일 미술대전 입선을 시작으로 1989년 예술미술대전 특선 1990년 예술미술대전 특상을 비롯해 1993년에는 전국장애인종합예술제 종합대상과 국회의장상을 수상하는 등 발군의 기량을 선보였다.
그러나 거듭된 낙선과 좌절, 불공정한 심사 등 예술계의 병폐로 인한 그림 그리기에 대한 회의에도 불구하고 박 화백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이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현실이 그를 더욱 한국화의 뿌리 다지기에 몰두케 했다.
1991년 1월 자신의 부족을 대신해 줄 한 여인을 아내로 맞았으나 서비스업에 종사했던 당시 아내는 농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1년도 채 못지나 가출해 버려 사람에 대한 실망과 회의를 뼈저리게 느낀 박 화백. 그러나 이제는 집 나간 아내를 용서한 구약의 호세아처럼 아내를 온전히 용서한 박씨에게 기다림이란 사랑을 완성하는 한 과정이 되고 있다.
이른 아침 기도로 새벽을 맞으며 공소로 향하는 박 화백은 모두들 뭍으로 떠나 젊은이의 그림자도 찾을 수 없는 공소를 지키는 농촌 교회의 파수꾼이기도 하다.
차라리 멀어도 본당에서 활동하고 싶을 정도로 사람이 그리울 때가 있다는 박 화백은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구세주 탄생의 기쁜 소식을 고한 구약의 예언자의 모습과도 같다.
『아무리 현실이 어려워도 17년간 요에 누워 지내던 과거보다 더한 고통은 없을 것』이라며 고통을 이겨낸 진정한 기쁨의 미소를 짓는 박 화백의 얼굴에는 곧이어 탄생할 아기 예수의 그림자가 비치고 있었다. ※연락처=전남 진도군 임준면 석교리(0632)43-3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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