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구(교구장 황철수 주교)가 해운대구 ‘천주교 자선 아파트’(이하 해운대 자선 아파트) 부지 보상금을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하는 사업에 본격 나섰다. 교구는 지역 사회 이주민들의 미등록 아동(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아동) 지원사업을 먼저 실시하기로 하고 예산을 편성,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 온정의 손길을 내밀었다.
부산교구 사회사목국(국장 김영환 신부)은 부산·울산·김해 지역 등 이주민 미등록 아동 지원사업에 예산 1억5000만 원을 책정하고 대상자를 선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원은 해운대 자선 아파트 부지 보상금(총 24억 원) 중 일부로 마련됐다.
사회사목국은 사업을 통해 미등록 아동을 키우고 있는 이주민 가정에 생계비, 유아용품, 생필품, 의료비 등을 지급할 예정이다. 현재 교구 차원에서 또는 이주민 관련 단체를 통해 현황을 파악하고 있으며 내년 6월까지 대상 가정을 선정해 지원할 방침이다. 1가구당 200만~300만 원 지원금 혜택이 돌아갈 전망이다.
이주민 미등록 아동이란,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해외 출신 아동들을 일컫는다.
이주민들은 한국에서 결혼하거나 가족을 데려와 살더라도 현행법상 한 쪽 부모가 한국 국적이 아니면 자녀가 한국 국적을 가질 수 없다. 이에 따라 많은 이주민 아동들이 한국 땅에 살고는 있지만 법적으로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누리지 못한 채 기본적인 교육도 받지 못하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국내 거주하고 있는 이주민 아동들은 20만 명에 이르지만 이 중 10~20%는 미등록 아동인 것으로 추산된다.
부산교구는 지난 1월 부산 해운대구 중동 소재 해운대 자선 아파트 부지를 매각하고 세금을 제외한 24억 원 전액을 이웃돕기 사업에 쓰기로 결정한 바 있다. 교구 총대리 손삼석 주교를 위원장으로 하는 ‘나눔 실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지역사회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회사목국 측은 “해운대 자선 아파트 자체가 지난 1964년 오스트리아 가톨릭 부인회 헌금 기금으로 마련됐던 만큼 그 도움의 손길을 다시 해외에서 온 이들에게 돌려준다는데 이번 사업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방준식 기자 bj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