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주교들이 7월 4일 주한 교황대사관을 방문, 신앙선서와 충성서약을 하기 전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주한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구요비 신임 서울대교구 보좌주교, 문창우 신임 제주교구 부교구장 주교,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 주한 교황대사관 참사관 마르코 스프리치 몬시뇰. 사진 이승훈 기자
한국교회에 다시 한번 두 명의 주교가 한꺼번에 태어나는 겹경사가 났다.
주한 교황대사관은 6월 28일 오후 7시(로마 시각 낮 12시) 프란치스코 교황이 문창우 신부를 제주교구 부교구장 주교로, 구요비 신부를 서울대교구 보좌주교로 각각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한국교회는 추기경 1명, 대주교 2명을 포함해 모두 27명의 현직 주교단을 구성하게 됐다.
제주교구 부교구장 문창우 주교는 1963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문 주교 부모 모두 제주 출신이며, 문 주교도 세 살이던 1966년부터 제주도로 와 지금까지 살고 있다. 이로써 제주교구는 처음으로 교구 출신 주교를 맞게 됐다. 문 주교는 1996년 사제품을 받고 제주교구에서 사목활동을 펼쳐왔다.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는 “제주교구 출신 사제가 주교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정말 경사스러운 일”이라고 환영했다. 이어 강 주교는 “문 주교가 제주교구와 지역사회 그리고 한국사회의 관계를 잘 이끌고, 갈등이 있는 곳에 화합을 가져오는 사목을 해 주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신임 문 주교는 서문·중앙본당 보좌, 중문본당 주임을 역임하고 제주교구 교육국장 등으로 사목해왔다. 이어 광주가톨릭대학교에서 영성지도를 맡아 학생들을 지도했다. 2016년 3월부터 제주 신성여중 교장으로 사목하고 있다.
문창우 주교는 “하느님께서 저에게 맡기신 뜻을 구체적으로 잘 선택하며 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저에게 주어진 직무를 열심히 하도록 기도로 지지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임명 소감을 밝혔다.
한국교회에서 부교구장이 임명된 것은 2009년 광주대교구 부교구장으로 김희중 대주교가 임명된 이후 8년 만이다. 부교구장 주교(Coadjutor Bishop)는 교구장 승계권을 갖고 있어, 교구장좌가 공석이 되면 그 즉시 교구장이 된다.(교회법 제409조 1항 참조) 따라서 현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가 교구장직에서 물러나면, 문 주교는 바로 제주교구장에 취임하게 된다.
문창우 주교의 서품식은 8월 15일 오후 8시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삼위일체대성당에서 열린다.
서울대교구 보좌주교로 임명된 구요비 주교는 1981년 사제품을 받은 후, 이문동·신당동본당 보좌와 구로2동·상계동·종로본당 주임 등을 거쳐,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영성지도를 역임했다. 2013년부터 포이동본당 주임으로 사목 중이다.
구 주교는 사제수품과 동시에 가난한 이들의 복음화를 위한 교황청 설립 재속 사제 공동체인 ‘프라도 사제회’ 회원으로 서약하고, 가난의 영성을 실천해왔다. 두 차례 ‘프라도 사제회’ 한국지부 대표를 역임한 바 있으며, 아시아 지역 사제로서는 처음으로 ‘프라도 사제회’ 국제평의회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신학생 시절부터 노동하는 삶에 관심을 가졌던 구 주교는 가톨릭노동장년회(CWM)와 가톨릭노동청년회(JOC, 현 YCW) 지도신부,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을 맡으며 노동사목에도 힘써왔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교황님께서 그리스도를 따라 사는 ‘양 냄새 나는 목자’ 구요비 주교를 서울대교구와 한국교회에 선물로 주셨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구 주교는 “사회적인 약자,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돌보기 위해 노력해온 삶을 교구 사목에 적극 접목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주교로서의 다짐을 전했다.
구 주교의 임명으로 서울대교구는 2013년 12월 유경촌, 정순택 주교와 2015년 7월 손희송 주교 임명에 이어 약 2년 만에 새 보좌주교를 맞는 기쁨을 누리게 됐다. 또한 지난해 4월 조규만 주교가 원주교구장으로 임명되면서 줄어들었던 서울대교구 보좌주교의 수도 다시 4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구 주교의 주교서품식은 8월 17일 오후 2시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열린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
조지혜 기자 sgk9547@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