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금을 제대로 바치는 것은 신자들의 중요한 의무입니다. 지금까지 너무했습니다』.
『신부님, 그 이상은 못내겠는데요. 집안살림에 쓰이는 돈이 워낙 많아서요』.
『하느님께서 성서에 무엇이라고 말씀하셨습니까? 십일조를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지금 바치고 있는 교무금은 백일조도 못되지 않습니까?』
『하지만 너무 쓰이는 곳이 많아서 쓰다 보면 교무금 바칠 돈이 남지 않습니다』.
가정방문을 할때 『이 집과 여기에 사는 모든 이에게 평화!』라고 시작되는 기도를 드리고 나서 대화를 하다보면 흔이 있게 되는 내용이다.
하루는 이런 일도 있었다.
어느 가정을 방문하였는데 집도 크고 잘 꾸민 집이었다.
월수입은 3백만원 정도로 가족 모두가 판공성사도 빠짐없이 보고 있는 가정이었다. 그런데 그 가정의 교무금이 1만2천원 밖에 되지 않았다.
그것고 지난해 책정했던 7천원에서 큰맘먹고 5천원을 인상한 것이란다. 해도 너무한다 싶어서 말라기서 3장 6절부터를 읽어 보라고 했다. 읽고 나더니 막내가 대학을 졸업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올릴 수 없단다. 별소리를 다해도 소용이 없었다. 요지부동이었다. 함께 동행한 교우들도 민망해 하는 표정이었다. 하는 수 없이 다음 집으로 향했다.
다음 집은 그 집 지하에 세들어 있는 신혼 부부였다. 비좁고 어둠침침한 방으로 인도되었다. 그런데 그 가정에서는 교무금으로 4만원을 바치고 있었다. 착해 보이는 부인은 수줍은듯 지금까지는 월4만원을 바쳤지만 앞으로는 6만5천원을 바치겠단다. 이유는 지금까지는 남편이 직장을 잡지못해 부모님들로 부터 월40만원을 생활비로 받아서 살았지만 이달부터는 남편이 취직이 되어 월65만원의 봉급을 받게 되었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상여금을 받는 달에는 그에따른 십일조를 제대로 하겠노라고 한다.
우리 일행은 너무도 기뻤다. 감사하고 은혜로웠다. 한 순간에 하루의 피로와 짜증이 말끔히 가시는 기분이었다. 모두들 기분이 좋아 성가도 한곡 더 불렀다.
가정방문을 마치고 나오면서 하느님께 기도했다. 『주님 저 젊은 부부들의 앞날에 큰 은총을 베풀어 주십시오. 그리고 재물의 축복도 가득히 내려주십시오』주인집을 위해서도 기도했다. 『주님 저 집에서 인색함의 마귀를 쫓아 주십시오』
지금까지 수고해 주신 부산 초장본당 주임 왕영수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번호부터는 안양 장내동본당 주임 고건선 신부님께서 집필해 주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