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리를 빌어 신자들에게 무슨 말을 하기보다 자신의 얘기를 나누고 싶다. 사실 사제란 신자들에게 항상 금싸라기같은 말씀을 하는 사람아닌가! 자신은 때로 그렇게 살지 못해도 말이다.
언젠가 사제서품을 받기 전에 신학교 교수님 중 어떤 신부님이 서품을 받으려는 부제들에게 충고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사제는 가장 인간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 훌륭한 사제가 되려면 먼저 인간다운 삶을 잘 살아야 할 것이다』
사제라는 인간, 인간으로서의 사제를 강조하시는 노사제의 말씀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분의 경험중에는 사제답지 못한 인간, 인간답지 못한 사제를 많이 겪으셨다는 얘기도 되질 않는가!
내가 이번에 부임한 성당에서 환영미사 후 총회장님의 인사 말씀중에 『제발 신자들 위에 군림하는 사제가 되질 말아 주십시오』라는 간곡한 말씀을 들었다. 어찌 제2의 그리스도라는 사제가 무슨 기득권이나 권위를 쥐고 있는 사람처럼 행사할 수 있다는 말인가. 군림하는 사제라는 어휘자체가 하느님 백성 안에서 과연 표현될 말이나 되는가?
또 어떤 신자에게 개인적으로 이런 말도 들었다. 『신부님, 저는 신앙생활 22년 동안 사제들에게서 신자다운 대접을 한번도 받아본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신자다운 대접」이라는 말이 다소 걸맞지는 않지만, 아마 인격적인 만남을 간곡하게 표현한 것 같다.
비인격적인, 비복음적인 일이 교회안에서 현실적으로 자주 체험한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 슬픔으로 자신을 반성해 본다. 『사람이면 다 사람이냐? 사람다워야 사람이지』하시던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말씀처럼 『사제면 다 사제냐? 사제다워야 사제이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서울교구도 이러한 의식에 공감대를 이루고 2천년대 복음화의 길을 걷고 있다고 본다. 허위와 위선의 껍데기를 벗고 살신성인하는 마음으로 나를 포함한 사제들의 새로 태어남이 절실하다.
『사제여, 참을 위해 옷을 벗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