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파푸아뉴기니아의 새로운 교구인 「베레나」교구장의 초대로 그곳에서 약 한 달을 체류하면서 선교지역을 답사하게 된 일이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은 그곳의 경치만큼이나 시원스럽고 여유로운 인상을 주었다. 또한 사제들과 수도자들도 처음부터 아무런 거리감 없이 친한 친구처럼 사귈 수 있었다. 특히 교구장이신 주교님은 미사 때 외에는 완전히 일반 사람들과 같은 복장으로 아이들을 목마 태우고 함께 즐기며 상담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한 시간, 두 시간도 기꺼이 내어주고 많은 이웃들과는 남이 아닌 한가족처럼 지내는 모습이었다. 가정부도 없이 손수 주방과 정원 등 살림을 꾸려가시는 부지런한 손길하며 맛있는 요리를 대접하고 편안히 쉬게 해주는 푸근한 마음, 줄곧 시중만 드시고도 설거지까지 도맡아 하시는 종의 모습이 퍽이나 자연스러워 보였다.
주교관의 이웃에 살고 있는 한국인 부부도 신자가 아니면서도 주교님과 매우 친하게 지내고 있었는데 그 아이들은 자주 주교관에 놀러오곤 했다. 어느날 함께 초대되어 식사를 나누며 대화를 하던 중 그들이 해준 한마디는 지금도 나의 귓전을 맴돌고 있다.
『예수의 시대에 예수의 제자들은 참으로 이런 모습의 사람들이었을 것입니다. 아무런 거리감이나 부담 없이 서로 편안하게, 쉽게 대할 수 있는 성직자ㆍ수도자들을 한국에서도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나 자신도 깊이 공감했다. 넓은 땅에서 낭만적인 사람, 여유있는 시간들을 맞고 보니 새삼 자신을 돌아보게 된 것이다. 내 마음도 얼마나 협소한 공간을 차지하고 살아왔던가? 현실과 권위 앞에 펼쳐지지 못하고 눈치만 보며 좁쌀같이 되어가는 안목, 비록 좁은 땅에서이지만 마음만은 온 천지로 넓힐 수 있어야 하는데도 예수의 제자로서의 모습이 아닌 인공적이고 세속적인 로보트처럼 되어간다면 오늘날 우리의 자리는 있으나마나 한 자리가 될 것이다.
그리워진다. 그 무공해의 나라, 무권위의 모습, 낭만적인 웃음, 여유 있는 삶, 부담 없이 사귈 수 있고 편안하게 대할 수 있는 그들의 인간성, 종족, 피부, 언어를 뛰어 넘어선 우정의 친구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