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근래에 와서 기차 여행을 자주하기 때문에 서울역 등지에 자주 다닌다. 얼마전 서울역 내에서 기차를 기다리느라고 자리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데 한 중년여인이 책자 하나를 내밀어 주었다. 왜 이것을 나에게 주느냐고 물었더니 그녀가 대뜸하는 말이『사악에서 벗어나 구원을 받기 위해 준다』고 했다. 나는 갑자기 그간 고요히 가라 앉혔던 나의 모든 혈관들이 포문을 열어 놓는것 같음을 의식하면서 그 책자를 그녀앞에 동댕이쳐 내던지고 이런 인간들과는 말로 는 통하지 않겠다고 생각해서 아무 말없이 그의 손목을 꽉쥐어잡고 구석으로 끌고가서 여타의 행동(?)을 하고서『당신이 인간이냐?』고 하면서 눈물이 쏙 빠지도록 사정없이 준절히 꾸짖었다. 『어째서 종교의 가장 큰 핵심인「타종교의 신성성」조차도 알아보지 못하고 함부로 부끄러움없이 타종교인에게 이런 염치없는 짓과 말을 할 수가 있느냐?』 그런 인간은 사람이 아니라고 호되게 말했다. 즉 자신의 종교를 선전하기 이전에 인간의 가장 기본적이고 바탕이 되는 부끄러움과 염치를 좀 가져보라고 하면서 당신이 신봉하는 종교가 고작 이 따위 상업화ㆍ미신화ㆍ외형화된 상품에 지나지 않는 것이냐고 위협했다.
맹자는 사람에게 수오지심(羞惡之心)인 부끄러워하고 외경하는 마음인 염치가 없으면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無羞惡之心非人也).
오늘날 한국의 기성 종교ㆍ신흥종교 할것없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염치나 동양인의 미덕인 외경과 부끄러워하는 마음과는 외면한지 오랜것 같다.
믿음이나 종교 규정이나 제도라는명목하에 마구 염치없는 행동을 하는 세상이 되었다. 종교인들이 진리대로 생활하여 어려운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거리마다 종교를 무슨 상품처럼 들고나와 외쳐댐으로써 종교의 상업화ㆍ미산화ㆍ외형화가 또하나의 종교공해를 이루어 그 위험수위가 극에 달해 있음을 절감한다. 그야말로 참된 종교적 신성성이나 진리나 복음이 땅에 뭉개져 버리고 이대로가다가는 한국종교 현상의 비교적 종말론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날 우리 사회는 혼란스럽고 안정되지 못한 문화ㆍ정치 및 민중들의 생활에 종교가 오히려 한층 더 위기의식만을 강조하는 이런 상황을 각 종교인들은 어떻게 해결해야 될것인지 안타깝다.
특히 종교인들간에는 자신의 것만을 내세우는 독선 때문에 종교의 핵심요소가 되는 신성성이나 염치나 수오지심은 바닥에 묻어 망각해 버린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