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첫 삽을 뜬 서소문역사공원 조성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서울시 중구의회는 6월 26일 제237회 정례회를 폐회하면서 서소문역사공원 조성 사업 예산 승인을 하지 않았다. 중구청 공보실 관계자는 “지난해 통과된 예산으로 8월까지는 공사 진행이 가능하지만 올해 예산이 구의회에서 승인되지 않으면 8월 이후에는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중구는 서소문역사공원 공사가 중단될 경우 공사현장 유지, 관리비용으로만 매월 1억2000만 원이 들어가는데다 현재까지 투입된 공사비 110억 원도 공중으로 뜨게 돼 7월 중 구의회에 임시회 소집과 예산안 추가 심의를 요청해 구의회를 설득한다는 계획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임시회 소집 등 구의회를 설득할 방안을 찾고 있지만 구의회가 예산안을 통과시킬지는 알 수 없다”고 전망했다.
서소문역사공원 조성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하면서 서울시와 중구가 계획했던 서소문역사공원과 약현성당, 당고개성지, 새남터성지 등을 연결하는 순례코스 조성도 당분간 추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구의회가 서소문역사공원 예산을 승인하지 않은 것은 중구와의 권한을 둘러싼 갈등이 배경이 되고 있다. 10억 원 이상을 투입해 구 재산을 신축 또는 증축, 건축하는 사업은 구의회에서 ‘구유재산 관리계획 심의’를 받도록 관련법에 규정돼 있지만 중구가 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소문역사공원 조성 사업은 서울시 중구 의주로 2가 16번지 서소문공원 일대 연면적 2만5000㎡ 규모를 사업부지로 삼아 지상은 천주교 박해의 역사를 보여주는 역사공원으로, 지하는 순교자 추모관을 포함한 기념공간으로 탈바꿈시켜 2018년 6월 완공할 계획이었다.
한국교회 최대 순교성지이기도 한 서소문은 103위 성인 중 44위, 124위 복자 중 25위가 순교한 역사적 장소다. 2014년 8월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복식을 주례하기에 앞서 서소문을 먼저 찾아 참배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