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작업을 업(業)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의 삶은 어쩌면 그들의 존재 그 자체로 주위 사람들에게 생명을 심어주는지도 모를 일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마음이 조금씩 열려지고 이것이 사는 것이라는 느낌을 갖고 좀 더 당당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나의 일이며 내 인생의 목표입니다』
가난한 이웃들과 삶을 나누며 살고 싶은 사람, 삶의 자리가 그대로 신명나는 생명의 터가 될 수 있게끔 조용한 가운데에서도 소신 있게 일하는 사회복지사 최혜영(실비아ㆍ서울 시흥동본당ㆍ서울시 번1동사무소 근무ㆍ35세) 씨.
지난 91년 7월부터 사회복지사로 이곳에서 근무하게 됐다는 최혜영씨는『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가난한 사람들을 보면 가슴이 찡하고 정말 이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것』이라는 의무감을 느꼈다며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행정적이고 업무적인 태도로 내게 도움을 청하는 이들을 대하는 모습을 발견하고 무척 곤혹스러웠다』고 고백했다.
가난한 사람들은 힘이 없기에 어려움에 처했을 때 마땅히 찾아갈 곳도 도움을 청할 사람도 없는 현실에서 정부는 87년부터 5개 도시를 대상으로 사회복지를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회복지사를 채용, 일선 동사무소에 배치했다.
현재 생활보호 대상자 밀집 지역에 80세대당 1명(영구 임대아파트 3백세대당 1명) 꼴로 배치, 전국에 2천3백명 정도의 사회복지사가 일선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현실이지만 그 수는 절대적으로 부족, 보사부는 올해 2천명의 사회복지사를 보충할 계획이라고 밝힌바 있다.
정부가 가난한 빈민들에게 관심을 갖고 이들에게 구체적인 도움을 주기위해 각 동사무소에 사회복지사를 두고는 있지만 책임을 지고있는 이들이 사회복지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먼저 가져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에 대해 최씨는『단지 생보자들에게 구호물품을 전달하고 이를 파악하는 일이 지금 수준의 사회복지사의 일』이라고 진단하면서『물질적인 도움과 함께 가난한 이들을 전인적으로 파악해 이들에게 적절한 도움을 줄수 있기 위해서는 숫자를 늘리는 것보다는 질적인 향상을 위한 노력들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한다.
생보자들에게 분양되는 영구 임대아파트, 황금만능주의로 인한 공동체성의 붕괴 등 더욱 상대적인 빈곤이 심각해 지고있는 현실에서 사회복지사의 임무는『예수님이 가난한 이들에게 먼저 다가갔던 것처럼 이들에게 다가갈려는 노력을 해야할 것』이라는 최씨는『만일 지역사회의 복지활동이 각 본당 복지활동과 연계가 될 수 있다면 보다 효율적인 복지사업이 전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직 사회복지사가 사회의 전문적인 직업으로 자리잡기에는 시간이 더욱 필요할 것 이라는 최씨는『사회복지사가 전문적인 일을 수행하기 위한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야 하고, 일선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이 전문인으로 자리잡기 위한 노력도 필요할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앞으로의 개선점을 피력했다.
또한 선진국에 비해 사회복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아직은 걸음마 단계인 우리나라의 어려운 현실에서 가난한 이웃들을 도와 살고 있는 최혜영씨를 비롯한 사회복지사들은 힘든 가운데에서도 작은 보람을 느끼고 있다.
최혜영씨에 의하면『소년가장을 도운 일이 있는데 처음에는 당연히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의식을 갖고 있던 아이가 자주 접촉하다 보니「나도 커서 이다음에 나와 같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싶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을 때는 정말 내 일의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한 최씨는『자기 힘으로 설 수 없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이들의 다정한 이웃이 되고 싶고 이 길이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임을 확신한다』고 말하면서 환한 웃음을 짓는다.
사회복지 주일에 만난 최혜영씨. 가난한 사람들과 한 방울의 땀이라도 나누며 살려는 최혜영씨의 신명나는 삶 속에는 섬김과 나눔의 공동체인 하늘나라를 앞당기려는 강한 의지와 경건한 땀냄새가 풍겨진다.
['93기획 앞서 달린다] 3 서울 번1동사무소 복지사 최혜영씨
"선진복지 앞당긴다"
가난한 이들에게 신명나는 삶 제공
주님 사랑 대신 전달 "보람"
"본당 복지와 지역 복지 사업연계 바람직"
복지의 질적향성 위해 노력
발행일1993-01-31 [제1840호, 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