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딕토 16세 교황의 마지막 이야기」 번역을 맡은 김선태 주교(전주교구장)는 그의 사임이 한 영혼으로서 하느님과 대면해 내린 양심적 결정이었다고 확신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에게 사임은 극도의 고통스러운 내적 갈등이 필요 없을 정도로, 너무나 분명한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 결정에 이르기까지는 오랜 시간 반복된, 하느님 앞에서의 깊은 성찰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김 주교는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이미 2012년 멕시코와 쿠바 방문을 마치고 나서부터 사임의 뜻을 마음속에 품어왔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014년 브라질 청년대회에는 새 교황이 참석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김 주교는 “그분은 오랫동안 많은 오해를 감수해야 했고, 마지막 순간까지 온갖 비난을 예상하면서도 오직 종들의 종인 사도좌의 봉사직에 겸허하게 헌신했다”고 소개했다.
“사임은 실로 많은 의혹을 불러왔습니다. 정치적 권력 다툼으로 사임을 해석하는 이들은 베네딕토 교황의 사임이 외부로부터의 강압에 의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존재론적 직무인 교황직을 단순한 기능주의적인 도구로 전락시켰다는 비난도 있었습니다.”
또한 김 주교는 “소탈한 모습으로 사랑을 받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을 섣불리 상대적으로 견주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두 분 교황은 똑같이 ‘신앙의 진리’를 수호하고자 했습니다. 표현 방식이 다를 뿐, 두 분의 가르침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입니다.”
특히 “베네딕토 16세 교황을 강경한 보수주의자로만 보는 것은 큰 잘못”이라고 말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오히려 젊은 신학도로서 진보적 인물로 꼽혔다. 35세의 젊은 나이에 신학위원으로서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 참석한 그는, 「계시헌장」(Dei Verbum)과 「교회헌장」(Lumen Gentium)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김 주교는 “그분이 지은 책을 잠시라도 진지하게 읽어본다면, 그를 절대로 보수주의자라고 평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교리와 전통에 경직되게 매여 있다는 오해는, 교회 안에서조차 신앙에 소홀한 현대 세계의 상황 안에서 ‘신앙의 진리’를 분명히 드러내려고 한 그의 소명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분이 견고하게 다진 내적 성숙의 토대 위에서 교회는 새로운 힘을 얻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말했듯,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은 ‘위대한 교황’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