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녘땅. 망원경을 통하지 않고도 북녘땅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으려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북정책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남북관계가 활로를 찾아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화해와 협력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티모테오) 대통령 취임 뒤 새롭게 일고 있는 남북관계를 둘러싼 움직임이 이 같은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교회가 힘을 기울이고 있는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 논의가 새로운 남북관계 수립을 위한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6월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17주년 기념식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 추가 도발을 중단한다면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중단을 전제하면서도 조건 없는 남북 대화를 선언했다는 면에서 획기적인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조명균(안드레아) 통일부 장관 후보자도 6월 14일 “북핵 문제 등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 필요한 사항들을 면밀히 파악해 개성공단을 재개하는 쪽으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장관 지명 뒤 일성으로 남북 협력과 상생의 상징인 ‘개성공단 재개’ 원칙을 천명한 것이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자문위원이기도 한 조 장관 후보자는 “지난 9년간 통일정책 일선에서 떠나 있었지만 교회 내 활동을 하며 남북관계와 한반도 문제를 강의하고 토론했다”고 말해 한국교회의 민족화해 노력이 빛을 볼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일찍이 남한과 북한은 1997년 12월~1999년 4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6·25전쟁 정전협정 당사국인 미국, 중국과 만나 5차례에 걸쳐 4자회담을 열어 평화협정 체결을 논의했지만 결실 없이 끝난 바 있다.
이후 2003년 7월 전국 13개 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연대해 한국교회에서는 처음으로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하고 나선 것을 비롯해 정치권과 학계에서 정전체제를 종식하고 평화협정을 맺어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졌지만 지난 10년 가까이 남북 긴장 고조와 교류 중단 상황이 지속되면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통일·대북 문제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평화체제 전환 논의를 포함한 남북 관계 회복의 필수 조건으로 ‘북핵 문제 해결’을 꼽고 있다. 하지만 북핵 문제는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실타래 같아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할지 해결 전망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교회는 일시적, 잠정적 전쟁 중단 상태인 정전체제를 전쟁을 완전히 끝내는 평화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왔다. 지난 6월 1일에는 주교회의 민화위가 의정부교구 일산성당에서 평화체제 전환을 주제로 한국교회 첫 공식 심포지엄을 열어 교회 안팎의 관심을 환기시켰다.
한국교회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 논의를 이끌고 있는 이은형 신부(주교회의 민화위 총무)는 “통일은 당면과제지만 평화체제 아래서 남북이 교류와 협력을 이뤄가는 과정의 결과로 통일을 달성해야 한민족 모두에게 축복이 된다”고 말했다. 또 “이전 정권과는 다른 문재인 정부의 대북 기조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는 말로 현 정권에서 평화체제 전환 논의의 발판이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냈다.
성 요한 23세 교황이 「지상의 평화」(제113항)에서 말한 “전쟁 무기의 균형으로 평화가 이룩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신뢰에 의해서 참된 평화가 확립된다는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는 가르침이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 논의의 출발점이 돼야 할 것이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