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민택 신부는 신앙에 회의를 느끼는 이들에게 세상에 오신 하느님을 찾는 신앙 여정을 제안한다.
“기도해도 앞이 보이지 않는다. 난 침묵에게 기도하는 것인가?”
영화 ‘사일런스’에서 로드리게스 신부가 절망에 차 내뱉은 말이다. 신앙인이라면 누구나 이 질문에 맞닥뜨린다. 하느님은 어디에 계시는가. 한민택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저서 「하느님과의 숨바꼭질」(302쪽/1만5000원/생활성서사)을 통해, 난해해 보이지만 사실은 기쁨에 찬 이 ‘숨바꼭질의 해법’을 넌지시 전한다.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가면 가는 곳마다 예수님의 흔적을 보고, 그분의 이야기를 듣지만, 그분은 계시지 않아요. 꼭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 것처럼요. 우리 신앙이 이런 숨바꼭질 같아요.”
한 신부가 말하는 숨바꼭질은 전임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강론집 「성탄」에서 예수가 세상에 온 성탄을 ‘하느님의 숨어계심’으로 표현한 것과 닮아있다. 하느님께서 세상에 오셨지만, 이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서는 동방박사와 목동들처럼 직접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 신부는 “그분이 숨어 계시다는 것은 우리가 그분을 찾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숨바꼭질을 하다보면 역할이 바뀌잖아요. 우리가 그분을 찾기도 하지만, 우리가 숨어있을 때도 있어요. 그럴 때면 하느님이 우릴 찾으시죠.”
많은 이들이 세상일에 치여서, 혹은 내 안에 갇혀서 하느님을 찾을 생각조차 못하기도 하고, 때로는 하느님께 화를 내기도 한다. 한 신부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도 이렇게 신앙에 회의를 느끼고, 냉담하는 이들을 위해서다.
「하느님과의 숨바꼭질」은 신앙으로 삶을 새롭게 바라보기 위해 펴내는 생활성서사 ‘새로 봄’ 시리즈 첫 작품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한 신부는 자신의 신앙 여정과 그 신학적 성찰을 녹여 독자들을 ‘신앙의 보화’로 안내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체험이 살아있는 글이기에 생동감이 넘친다. 그는 “하느님은 지금도 끊임없이 우리를 찾아오신다”면서 “끝을 알 수 없는 어둠 속에서도 그분을 믿고 단 한 걸음 내딛는 용기를 낸다면 상상도 하지 못한 놀라운 방법으로 현존하시는 하느님을 발견할 것”이라고 말했다.
꼭꼭 숨어있는 하느님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힌트’가 있다면 불가능하지도 않다. 한 신부가 보여주는 힌트는 ‘교회 공동체’다.
“순례를 하다보면 우리보다 앞서 그분을 찾아 나선 사람들의 흔적을 발견합니다. 신앙은 내가 개인적으로 받은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교회 공동체를 통해 주신 것임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그렇기에 한 신부는 책 전반에 걸쳐 성경의 이야기를 곁들인다. 성경이야말로 하느님을 찾아 나선 교회 공동체의 체험이기 때문이다. 한 신부는 자연스럽게 성경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독자들이 성경 속 교회공동체의 체험에 함께하도록 초대한다.
“성경의 이야기는 옛날이야기, 끝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동참했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이야기입니다. 성경의 이야기를 우리 삶으로 완성하는 순례 속에서, 이미 이 숨바꼭질의 처음부터 계셨던 하느님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또한 한 신부는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처럼 변한 것이 없는데도 내 눈이 떠지는 것이 바로 순례의 기쁨”이라고 덧붙였다.
한 신부는 책에 담은 신앙의 기쁨을 더 많은 이들과 생생하게 나누기 위해 북 콘서트를 통해서도 독자들과 만날 계획이다. 한 신부와 함께하는 북 콘서트는 6월 24일 오후 7시30분 수원 가톨릭청소년문화원 3층 대강당에서 진행된다.
※북 콘서트 문의 02-945-5985 생활성서사, 031-268-5316 수원교구 청년사목부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