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팔을 잃고 심한 좌절감으로 삶을 거부했던 한 장애인이 발가락으로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며 재활의지를 다져가고 있다. 수원교구 갈전리본당 윤승석씨(바오로·34세)
가정형편이 어려워 국민학교졸업후 상급학교 진학을 포기해야만 했던 윤씨는 방앗간에서 일하다 톱니에 두팔이 잘려나가는 불운을 맞게됐다.
17세의 어린나이에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견디지 못해 사람들을 피해 집안에서 10여년의 세월동안 자해하며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 했다.
장애인으로서의 삶을 받아들이지 못해 몇번의 자살도 시도한바 있는 윤씨는 지난 84년 12월 영세 입교하면서 서서히 삶의 변화가 왔다.
시간이 있을때마다 항상 성당을 드나들며 용기를 잃지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드리며 신앙심을 키워온 윤씨는 레지오마리애에 입단, 주위 사람들과 어울리며 친분을 쌓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던중 윤씨는 91년 6월 한 교우의 권유로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했다.
컴퓨터 구입은 엄두도 못내던 윤씨는 한 은인이 구입해준 중고타자기로 자판을 익히기 시작했다.
처음에 엄지발가락으로 자판을 누를때면 자판이 작아 한꺼번에 두자판이 함께 눌려지기 일쑤였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발가락 사이에 연필을 끼워 글자의 위치를 익히며 자판을 수십만번 두드리기 시작했다.
윤씨는 재활의 기쁨에 앞서 발가락 뒤틀리고 물집이 터지는 시련과 고통을 먼저 맛보아야 했다. 『엄지발가락의 감각이 너무 무디고 아파서 그만두고싶다는 생각을 한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지만 꼭 해내야만 한다』는 굳은 의지로 이를 악물고 연습에 전념했다.
이러한 사정을 들은 한 교우로부터 컴퓨터를 기증받고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며 감각을 다듬어 갔다.
밤낮으로 기도하는 윤씨어머니의 지극한 사랑과 항상 용기와 희망을 북돋아주는 주위 사람들의 정성이 마침내 불가능하게만 보이던 것을 가능케 했다.
본당의 전산학과 학생의 도움을 받아 컴퓨터지식을 습득하고 기술을 연마하는 윤씨의 일터는 그의 자그마한 방.
세례·견진·혼인 등을 교적에 입력시킨 디스켓을 교우편을 통해 본당으로 전달해 1인 입력에 1백원씩의 보수를 받는다는 윤씨는 그나마 일거리가 많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가장 어려운 점이 집밖으로 나가 활동하는 것이라는 윤씨는 요즘 슬픔에 잠겨있다. 그 슬픔은 연로하신 부모님을 대신해줄 배필이 없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도움없이는 살아가지 못하는데, 언제까지나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수 만은 없는데, 부모님이 세상을 떠날때를 대비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윤씨는 눈시울을 적셨다.
『정상인과 장애인의 삶을 17년씩 살아보았다』는 윤씨는 비록 두팔을 잃은 장애인이지만 신앙인으로서 항상 웃음을 잃지않고 기도하며 성실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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