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지옥에 관한 이야기들을 ‘구전 문명 속의 지옥’, ‘고대 이방인들의 지옥’, ‘성서와 히브리인들의 지옥’, ‘그리스도교의 지옥의 개념과 그 완성’, ‘지옥의 변형’ 등 9부로 나눠 풀어냈다. ‘Hell’(지옥)의 어원과 다양한 의미를 비롯해 그리스 철학자들과 수사들이 말하는 지옥, 교부들이 바라본 지옥 등에 관한 자료도 풍성하게 담았다.
고 신부는 “저자는 지금까지 인간이 상상하고 만들어낸 지옥에 대한 개념들 중 가장 완성되고 가장 구조적이며 가장 절망적인 지옥의 원형이 바로 그리스도교의 지옥이라 말한다”면서 “이는 절대적 선의 원천으로부터 멀어진 이들의 운명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그리스도교의 지옥은 절대적인 고통을 의미한다. 영원한 형벌의 의식과 함께 자신의 행위에 대해 후회함으로써 정신과 오감으로 고통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사실 구약성경에서는 지옥이 나타나지 않는다. 기원전 3세기 이후 하느님께서 죽음 이후, 악인에게 벌을 내리실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되면서 서서히 지옥에 대한 연구가 시작됐다. 1439년 피렌체공의회에서는 지옥에 대한 교의가 확정됐다. 반면 종교개혁에 이어 그리스도교 자유주의자들이 등장하면서 지옥에 대한 개념은 서서히 변화됐다. 찬반 논쟁이 계속됐고 지옥의 개념 자체가 변화해왔다. 이후 지옥이라는 용어는 ‘고통의 상황’으로 더욱 잘 이해되고 있다.
고 신부는 “지옥은 이 세상 너머에 있는 불길한 장소로서만이 아니라, 이미 이 세상 안에서 사회의 모든 형태에 적용되는 고통과 모순의 상황으로 이해된다”고 전했다. 또한 “저자는, 지옥은 각 사회 안에 나타난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시도를 반영한다고 말했다”면서 “지옥의 역사는 인간이 살아가는 다양한 상황들을 살펴볼 수 있는 하나의 지침이 된다”고 밝혔다.
특히 고 신부는 “현세를 살아가면서 이 세상을 ‘지옥’이 아닌 ‘하느님 나라’로 만드는 것이 교회의 의무이기도 하다”면서 “이 책은 현세를 살아가고 있는 인간, 보다 더 올바르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인간 모두에게 필요한 책”이라고 추천했다.
고 신부는 아울러 “분명히 구원의 주체는 하느님이시다”라고 전하고, “우리는 지옥에 관해 살펴보면서 무엇보다,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와 희생은 그들이 연옥에서 천국으로 갈 수 있도록 힘이 되어주며, 나 역시 누군가의 기도와 희생에 힘입어 천국에 갈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