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3일 산청 성심원에서 열린 ‘전국 가톨릭 한센인 정착마을 한마음 잔치’ 참가자들이 윷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전국 가톨릭 한센인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잔치를 벌였다.
한국가톨릭나사업연합회(회장 오상선 신부)가 주최한 ‘전국 가톨릭 정착마을 한마음 잔치’가 6월 3일 경남 산청군 산청읍 성심원(원장 오상선 신부)에서 펼쳐졌다. 이날 전국에서 모인 650여 명의 한센인이 참석했다.
그동안 가톨릭 한센인 정착마을은 지부별로 한마음 잔치를 벌여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센인이 고령인 데다 구성원의 수가 줄고 있어 지부별로 행사를 준비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어 전국 모임을 열게 됐다.
한센인 대부분은 소록도에서 함께 지내다 정착마을로 이주했기에 오랜만에 그리운 이들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산청 성심원을 설레는 마음으로 찾았다. 한센인들은 마산교구장 배기현 주교의 주례로 기념미사를 봉헌하고 축하공연과 윷놀이 등 다채로운 행사를 즐기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또 성심원에서 주최하는 ‘제6회 성심인애 축제’도 함께 열려 기쁨을 더했다.
배기현 주교는 강론에서 신학생 시절 방학 때마다 소록도에서 한센인들과 함께한 추억을 이야기하며 “세상의 시선에 힘들었던 한센인들이 함께 모여 살며 서로가 힘이 되고 마음의 평안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배 주교는 “인간의 사랑은 부족하지만 하느님의 사랑은 참 크시다”며 “하느님의 사랑으로 기쁘게 춤추며 살아가는 우리가 되자”고 당부했다.
가톨릭 한센인 정착마을 선 토마스 회장(71)은 “한센인들은 같은 아픔을 겪었기에 만나기만 해도 반갑다”며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같이 밥을 먹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전국의 가톨릭 한센인 정착마을은 30개이며 전체 한센인의 10%인 10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 한국가톨릭나사업연합회장 오상선 신부
“한센인 고령화… 정착마을 내 양로원 설립 구상”
“한센병은 감기보다 못한 병입니다. 두려워 할 것 없습니다.”
전국 가톨릭 한센인 정착마을 한마음 잔치를 준비한 오상선 신부(한국가톨릭나사업연합회장·산청 성심원장)는 “한센병은 잘 몰랐기에 두려움이 대상이 되었을 뿐”이라고 설명하며 “치료 약도 개발되고 발병률도 극히 낮아진 지금은 결코 두려워하거나 배척할 병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오 신부는 “한센병을 일으키는 나균은 공기 중에서 3초 만에 죽어버린다”며 “그런데도 아직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한센인들을 배척하는 사회의 시선”에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국내 한센병 발병률은 소수점 미만으로 떨어졌다. 사실상 발병률이라는 단어 자체가 무의미하며 발병된다 하더라도 약으로 치료할 수 있다. 또한 유전되지 않으며 대부분 사람이 나균에 대한 면역을 가지고 있어 안심할 수 있는 병이다.
“한센병은 20년이 지나면 사라질 병입니다. 한센인들이 모두 돌아가시면 없어질 병이기 때문입니다.”
한센인의 91%가 60대 이상이다. 한센인이고 장애인이며 노인인 경우 식사 준비와 건강관리가 어렵다. 한국가톨릭나사업연합회는 갈수록 고령화되는 한센인들을 위해 실질적인 도움을 줄 방법을 찾고 있다.
“보살펴 주는 사람이 없어도 시설에 들어올 자격이 안 되거나 들어오길 꺼리는 분들을 위해 정착마을에 양로원을 만들어 식생활 지원과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사업을 논의 중입니다. 시설에 모시는 것보다 삶의 질을 높일 방법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특히 오 신부는 ‘한센병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걷어내고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센인들은 사회로부터 격리된 채 살아오셨습니다. 그러다 보니 편견과 두려움이 더 커졌습니다. 하지만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습니다. 특히 신앙인들이 사회적 차별에 상처받은 한센인들을 위해 기도하며 먼저 다가서기를 권합니다. 만나보면 두려움은 사라지고 사랑만이 남을 것입니다.”
신동헌 기자 david983@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