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통일을 위해서는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교회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이기헌 주교)는 6월 1일 오후 의정부교구 일산성당에서 2017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달 심포지엄 ‘한반도 분단, 이제는 평화체제로’를 열고 평화체제 전환 필요성을 공론화했다.
1953년 7월 27일 6·25전쟁 정전협정이 맺어진 뒤 64년간 이어지고 있는 정전체제 아래서는 남북 통일이 요원하다는 인식에 바탕을 둔 평화체제 전환 필요성은 그간 학계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교회가 학술 심포지엄을 통해 공식적으로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을출(베드로) 교수(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발제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한 한국 가톨릭교회의 역할’에서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간 우리 정부가 북한을 제재하고 봉쇄했음에도 북한 체제는 정치·군사·경제적으로 오히려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생존모델을 만든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보유하고 자생력을 갖춘 나라가 돼 있다”며 “북한 체제를 인정하지 않으면 통일을 이루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김정은의 리더십을 냉정히 평가하고 남북 교류협력을 고민할 때 평화체제의 긴 여정은 시작될 수 있고 평화체제가 이뤄져도 통일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군부대(카튜사)에서 군복무 했던 체험담을 소개한 임 교수는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규모와 형식을 조정할 필요가 있고, 평화체제 아래서 남북 교류가 활성화 되면 안보비용으로 쓰이는 막대한 국민세금을 청년실업과 양극화 해소, 사회복지 확대에 투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학재 교수(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도 ‘평화체제로 가야 하는 한반도’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정전체제를 당장은 총을 쏘지 말자거나 사람을 죽이지 말자는 ‘부정적 의미의 평화’ 상태로 정의했다. 또한 “아직도 우리 국민들이 정전체체에 살고 있다는 현실은 충격적이면서 한반도는 전쟁 박물관 그 자체”라는 말로 정전체제가 지닌 모순을 표현하고 “한반도가 평화체제로 가기 위해서는 북한을 국가로 먼저 인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을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에 대해서도 활발한 의견교환이 이뤄졌다. 임 교수는 한국교회의 민족화해 활동이 매우 미흡하고 존재감이 약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가톨릭교회는 희생과 봉사의 정신으로 남북 경색 국면에서도 주님의 뜻을 실천해야 하지만 정치적 오해를 피하기 위한 수동적이고 보수적인 자세를 보여 한국사회에 공감과 감동을 주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기헌 주교는 심포지엄 총평에서 “지난 정권이 교회 활동을 너무나 옥죄어 일을 하기 힘들었다”며 “문재인(티모테오)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잘 풀어가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맹제영 신부(의정부교구 민족화해센터 협력사제)는 “한·일 주교 교류모임을 ‘한·중·일 주교 교류모임’으로 확대하면 천주교회 연대가 동북아 국가 간 연대와 그를 통한 남북 평화체제를 이끌어내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해 관심을 모았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