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랍 29일 오후 5시40분경. 김포공항 제2청사 입국장을 통해 50년 만에 고국땅을 다시 밟은 임복만 신부는 마중나와 있던 전주교구 신자들이 목에 꽃다발을 걸어주자 복받치는 감격을 참지 못하고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훨체어에 의지한 채 입국장을 빠져나오는 오빠의 모습을 먼바리에서 바라보며 떨리는 두 손을 꼭 쥐고 있던 임 신부의 누이 임순이(세꾼다ㆍ74)씨는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다가 달려가 임 신부를 끌어안고 『왜 이제 왔소』하며 오열했다.
○…임복만 신부 일행이 탑승한 아시아나 항공 OZ3165기는 오후 1시30분 중국 천진을 출발, 5시15분경에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이어 김수환 추기경이 기내 마중으로 임 신부를 맞았으며 간단한 입국절차를 마치고 5시40분경 임 신부의 무사한 귀국을 위해 중국에 파견됐던 전주교구 박인호 이태주 신부와 중국에서 임 신부를 모시던 김 시몬ㆍ김 수산나 부부, 노광덕씨 등과 함께 입국했다.
공항에는 임 신부의 누이 임순이씨 김두철(프란치스꼬)씨 부부와 조카 등 친지, 재경 전주교구 성소후원 회원과 전주에서 올라온 신자 등 40여 명과 이병호 주교를 비롯해 7명의 교구 사제들이 나와 임 신부를 맞았다.
○…도착 시간이 가까와 오자 이들은 기쁜 가운데서도 초조해 하는 모습이 역력. 임순이씨는 눈물을 참느라 애쓰면서 『반갑다』는 말뿐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매제 김두철씨도 『죽었던 사람을 다시 만나는 심정』이라고 소감을 피력했다. 5시 30분경 도착이 임박하자 신자들은 꽃다발을 들고 서성대는 등 더욱 상기된 표정. 몇 분 후 휠체어를 탄 임 신부와 김수환 추기경이 모습을 드러내자 가족들과 신자들은 반백년을 이국 타향에서 흔들림없이 목자로서의 삶을 살아온 그의 모습에 감격해 했고, 중풍으로 말은 못하지만 친척들 얼굴을 알아보며 눈물만 흘리는 임 신부를 보면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임 신부는 도착 후 곧바로 공항내 제5영접실에서 가족들과 교구 사제단 신자들과의 감격적인 상봉의 시간을 갖고 이들과 기념촬영. 임 신부는 이 자리에서 필담을 통해 『한국에 와서 추기경님 주교님 우리 친지들과 교우들을 만나게 되어 반갑다』면서 한편으로 『그곳에 있는 교우를 떠나와서 마음이 매우 아프다』고 심경을 토로.
떨리는 손으로 귀국 소감을 적는 임 신부를 바라보며 김 추기경은 『임 신부님은 내가 유스띠노 소신학교 5~6학년 시절 부제로서 생활지도를 했던 분』이라고 소개.
임복만 신부는 이날 오후 6시20분경 전세버스편으로 가족 교우들과 함께 전주로 향했다.
○…임 신부는 중국 출발 이틀 전에 갑자기 폐렴증세를 보여 일행을 긴장하게 했는데 출발 10분전까지도 주사바늘을 꼽고 있어야만 했다. 천진에서 서울행 비행기를 타고서도 굳은 표정을 풀지 못한채 긴장하고 있던 임 신부는 비행기가 이륙하고서야 「이제 됐나」는듯 한숨을 내쉬며 만면에 웃음을 띠었다고.
○…김포공항에서 접견실로 들어가던 임 신부는 공항 보안요원들을 보고 놀라고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냈는데 김포공항에서 전주로 오는 동안 계속 창밖을 내다보며 변화된 고국의 모습을 구경하던 임 신부는 아파트단지 63빌딩 등에 대해 설명을 듣고는 감격. 그러나 즐비한 외국어 간판을 보고는 『무슨 외국간판이 저렇게 많으냐』고 역정을 냈다고.
○…임 신부는 전주로 내려오는 버스안에서 후배 신부로부터 전주교구의 교세현황을 들었는데, 『지금 전주시내에만 20여 개 성당이 있다』는 설명을 듣고는 얼굴에 경련을 일으킬 정도로 좋아했다. 임 신부가 만주로 떠나기 전 전주에는 전동성당이 유일한 성당이었다.
○…임 신부는 김포공항을 출발해 곧바로 이리 성모병원에 입원했는데 병원에서 기다리고 있던 신자들이 꽃다발을 드리자 이를 뿌리치며 노여움을 나타내 관계자들이 당황. 알고본즉 임 신부는 주교관이나 전동성당으로 가는 줄 알았는데 수용소의 이미지가 느껴지는 병원이 첫 도착지여서 긴장하고 섭섭했기 때문. 다음날 아침 일찍 총대리신부와 홍보국장신부가 달려가 겨우 이해를 시켜 진료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구랍 30일 새벽에 이리 성모병원에 입원했던 임 신부는 병세가 심상치 않아 다음날 전북대병원으로 옮겼는데 1월2일 환영식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입원실 문을 나서다 쓰러졌다고. 관계자들은 하마터면 주인공 없는 환영행사를 치를 뻔 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1월2일 환영미사가 50년만에 고국에서 봉헌하는 미사여서 임 신부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 눈시울이 마르지 않았는데 이를 보는 후배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은 복받치는 감정을 억제 못해 곤욕을 치르기도.
○…환영식 후 인근 식당에서 가진 오찬에서 임 신부는 이병호 주교에게 맥주를 따뤄드리고 자신도 한 잔 받아 마시는 등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여 임 신부의 건강 때문에 초조해하는 주변 사람들과는 대조적인 모습.
○…특히 이날 오찬 분위기가 무르익자 임 신부는 이병호 주교의 주교 모자를 한번 써보고 싶다고 해 이 주교는 기꺼이 주교 모자와 십자가 목걸이를 벗어주었으며 임 신부는 이를 받아쓰고 잠시 주교가 된 듯 위엄을 과시해 옆에 있던 사제들이 『임 주교님』하면서 파안대소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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