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나게 사는 사람들은 보기에도 좋다. 그 신명을 이웃과 나누며 살고있는 사람들은 더욱 보기에 좋다. 만일 그 신명이 신앙이라는 토대위에서 더한층 발휘된다면 그야말로 금상청화일 것이다. 93년 새해 아침 자기의 분야에서, 자기의 직업을 통해 마음껏 역량을 발휘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찾았다. 그들의 생동하는 삶속에서 그들의 싱싱한 신앙안에서 우리 모두의 건강한 미래를 찾고 만들어 가기위해….
연극생활 15년째인 신성구(바오로ㆍ38세ㆍ강릉 농공고 교사)씨는 스스로를 「찰나의 인생을 사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찰나」는 그만큼 현실 삶에 충실함을 뜻한다. 현장예술인 연극을 통해 얻은 인생철학이다.
자연의 질서, 조화에 두려움과 경외를 느끼면서도 그 자연에 속해 철저히 하나가 되고자 한다는 신씨는『천국이든 극락이든 내가 서 있는 현실이 바로 그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그러기 위해 노력할 때 비로소 허덕이는 삶속에 솟아나는「신명」을 발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사람들은 그를 두고 「강릉지역 문화발전의 견인차」 라고들 말한다.
연극을 접할 기회는 그에게 정말 우연찮게 찾아왔다.
대학2년 때인 78년, 가톨릭 학생회의 회장을 맡으면서 운영비를 마련할 목적으로 연극을 구상했다. 그해 6월, 학생회원 12명이 출연한 가운데 대전교구 문화관 대강당에서 반체제 연극인 「나비」를 공연했고 결과는 의외로 대성황이었다. 그러나 이때 맺은 연극과의 인연은 일찌감치 신씨의 삶을 규정해 놓았다고 할 수 있다.
81년 주문진에서 교직생활을 시작하면서도 그는 계속 연극에 심취했다. 고등부 지도교사, 사목회 교육분과 담당 등 교회활동도 그에게 많은 노력과 시간을 요구했지만 그는 가능한 한 연극과의 접목을 시도했다.
84년 극단 「해풍」을 창단하고 성당 교육관을 빌려 첫 공연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연극에 대한 욕심은 그를 강릉으로 불러냈다.
87년 극단 「사람」을 창단하고, 사재를 털어 강릉지역에선 처음으로 동아생명 건물 지하에 연극전용 소극장을 마련했다.
신씨가 직접 작품을 쓰고 연출한 창단기념 공연「살아있는 사람들」은 신출내기 단원 15명이 두 달간의 피나는 연습으로 공연전부터 화제를 낳았고, 2천여 명이 관람하는 성황을 이루며 이 지역에서도 연극이 뿌리내릴 수 있다는 확신을 안겨줬다.
이후 88년 「방황하는 별들」(윤대성작), 89년「위기의 여자」(시몬느 보봐르작), 90년「결혼」(이강백작), 91년「왕이 된 허수아비」(이민재작)등 20여 편을 공연하며 순항을 계속했고 92년 3월에는 강릉문화예술회관 개관기념행사로 「나릿가 사람들」을 무대에 올려 호평을 받기도 했다.
또 88년 어린이날에는 아동극 「꾀돌이」를 공연하면서 아예 「아독극단 꾀돌이」 를 창단하고 매년 2차례 속초, 원주, 태백 등 6개 도시를 순회하며 「알라딘과 요술램프」「집없는 아이」「백설공주」 등 8편을 공연, 큰 인기를 끌었다.
그 와중에 지난 89년 12월에는 소극장이 폐관되면서 갈 곳을 잃고 방황한 때도 있었다. 만성적인 재정압박은 어떻게든 견뎌낼 수 있었지만 관객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무대를 잃은 고통은 자못 큰 것이었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어렵사리 돈을 빌리고 주머니를 털어 카페 「사람들」을 차리고 이곳에서 공연을 계속했다. 카페는 신씨와 극단활동을 위한 주 수입원으로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작년엔 한 독지가의 도움으로 명주군 구정면 어달리 과수원내에 있는 헌가옥 두 채를 얻어 이를 개조해 단원들의 합숙소로 이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합숙소 옆에 40평 규모의 연습실을 별도로 마련해 신씨와 단원들은 한껏 신이 나있다.
아직 미혼인 신씨는 시쳇말로 『연극에 미쳤다』는 둥 『괴물』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그 자신은 여지껏 『결혼을 선택할 기회가 없었다』고 밝힌다. 그리고 이제는 결혼이라는 현실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고 한다.
현직 교사와 극단대표, 카페주인이라는 그의 직함만큼이나 다이나믹한 삶을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신씨는 극단 활동이 조금만 더 자리잡히는 대로 연극을 통한 재소자 교화활동에 나설 꿈을 갖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간의 경험들을 교회안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현실에 충실하려는 노력은 일상의 피로와 권태에서 해방시켜줍니다. 여원에 대한 갈망, 인식은 저의 연극생활에 근간이 될 뿐만 아니라 그것이 지향하는 목표이기도 합니다』. 신앙이 또 다른 구속이나 속박이 되는 경우를 보면서 안타깝다는 그는 주어진 삶을 신나게 살아가는 우리사회의 건강한 이들 중의 한사람이다.
['93기획 앞서 달린다] (1) 강릉 농공고 교사 신성구씨
현장예술 연극으로 인생배운다
일상의 충실로 "권태탈출,,
강릉 문화발전에 견인차역
연극통한 수인교화도 계획
80년대 극단 「해풍」ㆍ「사람」창단…강릉 연극계의 대부
발행일1993-01-17 [제1838호, 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