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중 대주교, 교황청 방문 후 귀국
‘북핵·미사일’ 남북 갈등 평화적 해결 발판 마련
문 대통령 친서 교황에게 전달
남북관계 개선 위한 기도와 정신적·외교적 지원 요청
교황, 대화·협상 통한 해결 강조
한반도에 대한 큰 관심 드러내

김희중 대주교가 5월 26일 교황청 산타마르타의 집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특사로 임명돼 교황청에 파견됐던 김 대주교는 교황에게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기도를 부탁하는 한편,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 수 있도록 교황청의 정신적·외교적 지원을 요청했다. 로세르바토레 로마노 제공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가 문재인 대통령 특사로 교황청을 방문,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둘러싼 한반도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김희중 대주교와 성염 전 주교황청 대사로 구성된 특사단은 5월 20일부터 6박7일 동안 교황청에 머물며, 프란치스코 교황 알현과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과의 면담, 산타마르타의 집 교황 개인미사 참례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특사단은 교황을 만난 자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기도를 부탁하고,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 수 있도록 교황청의 정신적·외교적 지원을 요청했다.
김 대주교는 “새 대통령이 선출됐다는 것을 교황청에 알리고, 문 대통령께서 한반도 평화 유지라는 소임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교황과 교황청의 협조 및 지지를 부탁했다”고 전했다.
김 대주교는 “교황께서는 한반도 상황을 잘 이해하고 계셨고, 무력이 아닌 대화와 협상을 통해 난국을 헤쳐 나갈 것을 강조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김 대주교는 “교황께 남북한이 대화할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고 부탁드렸고, 교황께서도 ‘당연히 기도하겠다’는 답을 하셨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 대주교는 5월 24일에는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일반 알현에 참가해 교황에게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친서에서 지난 2014년 방한해 한국을 위로해 준 교황에 대한 감사와 세계 평화를 위한 교황의 노고에 경의를 전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전쟁과 핵 위협 등 위기를 겪고 있는 한반도에서 남북한이 대립을 극복하고 평화와 화해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교황에게 기도를 요청했다.
김 대주교는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주교회의 의장으로 교황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김 대주교의 특사 파견은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한 협력기반을 강화하고자 하는 새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로 풀이된다. 교황청은 전 세계 12억 가톨릭의 중심이자 해외 전역에 100여 개 공관을 유지하고 있으며, 국제 사회에서 이해타산 없이 다양한 협상을 중재할 수 있는 나라로 존중받고 있다.
김 대주교는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가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에서 교황의 지지를 구하고자 특사를 파견했다”면서 “교황께서는 항상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해 왔으며, 이번 만남을 통해서도 한반도를 외교적으로 정신적으로 지원하고자 하는 교황청의 바람을 생생하게 느꼈다”고 전했다.
특히 특사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교황을 알현하기에 앞서 국무원 총리 파롤린 추기경을 만나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전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교황청 국내외 활동을 총괄하고 있다. 김 대주교는 “트럼프 대통령이 교황을 만나기 전에 우리가 먼저 교황청 관계자를 만나 의견을 충분히 전달한 것은 아주 잘 한 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도 밝혔다.
김 대주교는 아울러 “한반도 정세에 대해 국제사회가 대화와 협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교황께서 큰 도움을 주실 것이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대주교는 조만간 청와대를 방문해 문 대통령에게 이번 특사 방문 결과를 보고할 예정이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