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9일 치러진 제19대 대통령선거를 통해 문재인 정부가 등장하면서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새로운 국면이 조성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티모테오)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부터 “북한이 도발하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하지만 북한은 우리가 포용해야 하는 평화통일의 대상이기도 하다”는 일관된 입장을 밝혀왔다. 남북관계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이러한 생각은 교회가 가르쳐 온 평화관에 따른 것으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대북정책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문 대통령이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를 교황청 특사로 파견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교회 안팎 전문가들은 전례 없는 교황청 특사 파견에 대해, 한국과 교황청이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뜻을 같이했기 때문이라는 데 일치된 의견을 보인다.
문 대통령의 친서를 지니고 5월 20일 이탈리아 로마에 도착한 김 대주교는 25일까지 머물며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롯해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등 교회 지도자들을 만나 한반도 평화 등에 대해 심도 깊은 의견을 나눴다.
김 대주교는 로마에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교황청은 국익에 구애받지 않고 보편적인 정의, 세계 평화라는 대의에 따라 북핵 위기 해법을 조율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라고 밝혔다. 또 자신의 교황청 특사 파견에 대해 “북핵 위기 해결을 위한 도덕적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교황청만한 곳이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해 민족화해를 위한 노력이 새로운 길을 찾아가고 있음을 확인시켜 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소에도 한민족이 남과 북으로 분단돼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현실에 우려와 안타까움을 나타내 왔다.
5월 18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열린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이기헌 주교) 전국회의에서도 남북관계 복원에 대한 기대감이 표출됐다.
이기헌 주교는 이날 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당선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우리 사회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을 느낀다”며 “남북관계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남북한을 둘러싼 어려운 문제들이 많아 주변 상황 전개를 신중히 지켜봐야 한다”며 한국교회의 차분한 대응을 요청했다.
남북관계를 둘러싼 이러한 기류 속에는 “서둘러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이 같은 배경에는 예단하기 힘든 남북관계의 특수성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2015년 12월 주교회의 민족화해주교특별위원회 소속 주교단이 방북하면서 남북 교류와 협력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는 부푼 전망을 낳기도 했다. 하지만 곧이어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면서 결국 개성공단마저 폐쇄되는 등 남북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곤두박질친 전례가 있다. 문 대통령이 내놓을 남북 화해와 교류를 위한 조치에 거는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지는 이유다.
교회 일각에서는 6·15 남북 공동선언 기념일(6월 15일)에 즈음해 ▲남북 간 종교 교류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이산가족 상봉 재개 등 민족화해를 위한 가시적인 청사진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러한 기대 한편에서는, 남북 화해 분위기를 가로막는 북한의 군사 도발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교회 안팎은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통일부가 5월 22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남북 간 여러 접촉과 방북 승인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혀 한국교회가 향후 남북 화해와 교류에서 어떤 역할을 해나갈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서상덕 기자 sang@catimes.kr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