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중구 대흥1동 189번지. 가톨릭문화회관 5층 515호. 「안당의 집」이라는 팻말이 붙은 이곳은 특수아동을 위한 교육시설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천진하게 보일만큼 밝은 미소로 어린이들과 함께 하고 있는 한 일본인 수녀를 만나게 된다.
교사 2명과 함께 「안당의 집」에서 정신지체애아를 돌보는 일본 성모의 기사회소속 아녜스 쇼지 수녀(43).
불혹을 지낸 나이인데도 표정은 티없이 맑다. 그의 말대로 아이들과 함께 쉬는 시간(?)이 계속되기 때문인가 보다. 그녀에게 있어서 쉬는 시간이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시간이다. 그래서 이 시간이 아녜스 수녀에게는 늘 좋고 즐겁다.
「성모님이 하고 싶은 일을 방해하지 말라」는 소속 수녀회의 정신처럼 그녀는 소리를 질러대고 대소변을 못가리는 장애아동들을 돌보는것 역시 성모님이 하고 싶은 일이라고 여긴다.
진이ㆍ규용이ㆍ용식이ㆍ시양이 모두 그녀의 손길이 닿아야 하지만 특히 잘 울고 소리지르기 좋아하는 시양이에게는 더욱 마음이 간다.
조금이라도 얼굴을 찡그리면 가까이 오지 않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끊임없는 미소로 이들을 보담아 주어야 하지만 그것이 아녜스 수녀에게는 고충도 힘든일도 아닌 자연스러운 일로 자리잡고 있다.
아녜스 수녀가「안당의 집」과 인연을 맺은것은 2년전. 90년 6월 한국에 입국10개월여 동안 한국말을 배운 후 한국에서의 본격적인 장애아교육에 뛰어들었다.
원래 유아교육을 전공했던 아녜스 수녀는 수녀원에 입회하고 나서 특수교육을 다시 공부, 장애아 교육현장에서 10여년동안 봉사한 경험을 갖고 있기도 하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이들을 지도하는것 외에 아녜스 수녀는 주말이 되면 거동을 할 수 없는 아이들 집을 방문 교육을 따로 실시한다.
때때로 멍청해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일에 몰두하는 그녀는 아이들을 위한 소품 하나까지 스스로 만드는 열성을 보여 같이 있는 교사들까지 감탄을 할 정도다.
특히나 아이들을 사랑하고 늘 그 생각만 하는 아녜스 수녀의 태도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고 교사들은 털어놓는다.
아녜스 수녀가 그간 한국서 생활하는 가운데 느꼈던 안타까운 점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다. 집에 장애아동이 있는 것을 감추고 그냥 방치해 두는 것이 가슴아프게 생각되었단다.
감추기만 할것이 아니라 정상인이 될 수 있도록 교육시키고 도와주는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는 아녜스 수녀는 그냥 놔두면 계발되지 않고 저능아인채로 평생을 살 수 밖에 없다고 전한다.
『장애인들이 스스럼 없이 보통사람처럼 살 수 있는 사회가 복지사회일것』이라고 밝힌 아녜스 수녀는『안당의 집이 장애인도 보통인과 같다는 생각을 갖게끔 하는 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교육받은 아이들이 말을 하고 용변을 가리게 되는것을 보거나 방문교육 등을 갔을때 현저히 좋아진 모습들을 경험하며 감사함과 기쁨을 느낀다는 아녜스 수녀는 교회내 장애인시설들을 비롯 여타 장애인복지 기관들도 장애인을 그냥 수용만 할것이 아니라 인간적으로 살수있는 교육을 병행해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인다.
『내가 하는 일이 아니라 하느님이 하시는 일』이라고 강조한 아녜스 수녀는『그동안 돌봐준 아이들이 나를 위해 기도해 줌을 느끼며 그 힘이 보태어져서 또 다른아이들에게 사랑을 쏟을수 있는것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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