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15일 오전 가톨릭농민회 창립 50주년 기념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대성전으로 전국 가톨릭농민회 각 지부 담당 사제단과 주교단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 박원희 기자
한국가톨릭농민회(회장 정현찬, 이하 한국 가농)가 창립 50주년을 맞아, “스스로를 살리고 땅을 살리고 농업을 살리고 뭇 생명을 살리는” 생명 공동체의 길을 더욱 힘차게 걸어 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한국 가농은 5월 15일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에서 창립 50주년 기념행사를 열고, ‘가톨릭농민회 창립 50주년 선언’을 통해 “농촌공동체와 도시공동체가 함께 ‘생명운동’을 생활화할” 뜻을 다짐했다.
이 선언에서 한국 가농은 창립 이후 사회의 구조적인 악과 싸워왔고,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생명공동체 운동이라는 문명사적 대전환 운동’을 선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날 겨레와 인류가 위기에 직면해 있다”면서 “이에 대한 유일한 대응 방법은 하느님의 창조 사업에 동참하는 ‘생명 공동체의 길’ 뿐”이라고 밝혔다.
50주년 창립 기념행사는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강우일 주교가 주례한 기념미사에 이어 기념대회, 축하잔치, 대동놀이 등으로 진행됐다. 미사는 전 안동교구장 두봉 주교와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장 박현동 아빠스, 각 교구 가톨릭농민회 담당 사제들이 공동집전했다.
강우일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이 땅의 생명을 살리고 생명의 먹거리를 제공하는 농민들의 노고를 치하한다”면서 “미래 세대와 사회를 위해서 생명의 문화를 보전하기 위한 활동에 우리 모두가 동참하자”고 권고했다. 강 주교는 특히 국가 권력에 의해 희생된 백남기(임마누엘·전 광주대교구 가톨릭농민회장) 농민을 언급하며 “이 땅의 농민들은 대한민국 굴복의 역사를 온몸으로 끌어안고 살아왔다”고 밝히고, “농업과 생명을 살리기 위해 광화문에 나서 자신을 희생제물로 바친 분이 바로 백남기 농민”이라고 말했다.
미사에 이어진 기념대회에서는 농민회의 발전에 기여한 이들을 대상으로 특별상, 공로상, 감사패 등이 수여됐다. 특히 백남기 농민과 함께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된 오원춘씨는 이날 대회에 직접 참가해 상을 받았다. 오원춘씨는 1979년 안동교구 농민회 사건의 주인공으로, 정부 기관원에게 납치·폭행을 당했었다.
한국 가농은 농민 스스로의 단결과 협력으로 농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인간적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 1966년 10월 17일 창립됐다. 이에 따라 지난 2016년에 창립 50주년을 맞았지만, 백남기 농민이 정부 공권력의 폭력으로 쓰러져 선종함에 따라 행사를 미뤄왔다.
한편 한국가톨릭농민회는 창립 50주년을 맞아 「가톨릭농민회 50년사」 1, 2권도 발간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