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29일 청주교구장 장봉훈 주교가 복자 오반지 묘소 이장미사를 주례하고 있다.
복자 오반지(바오로)의 유해가 배티성지에 안장됐다.
청주교구는 4월 28일 충북 진천군 진천읍 사석리 산109-1 현지 묘소에서 복자 오반지의 유해를 발굴·수습하고, 29일 배티성지 관내 새 묘소에 안장했다.
청주교구는 지난 2016년 5월 ‘복자 오반지 바오로 묘소 이장위원회’(위원장 윤병훈 신부)를 구성하고 묘소 이장을 준비해왔다. 복자의 묘소가 교구나 복자 후손 소유의 땅에 모셔져있지 않아 순례나 관리에 어려움이 많아, 성지 내에 새 묘소를 조성하고 보다 많은 신자들이 복자의 신심을 현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노력이었다. 교구는 앞으로 복자의 묘소를 또 하나의 순례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장은 28일 파묘·유해발굴 예식과 29일 이장미사·안장예식 등 교회가 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
이장위원회는 28일 5시간가량에 걸쳐 진행된 파묘와 발굴 과정을 통해 머리, 아래턱, 팔·다리, 손·발, 골반·척추 일부 등의 유해를 수습했다. 파묘한 묘는 이미 1999년 후손과 교회사가들을 통해 복자의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유해 발굴 과정에는 교구 법원 사법대리 손병익 신부, 양업교회사연구소 소장 차기진 박사 등이 입회했으며,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김인범 교수가 발굴된 유해를 조사·확인했다.
교구는 복자의 유해 중 아래턱뼈, 발뼈, 치아는 방부처리 후 보존하고 나머지 유해와 진토(塵土)를 새 묘소에 안장할 유해함에 담았다.
김인범 교수는 “넙적다리뼈의 크기를 미뤄볼 때, 복자의 신장은 165㎝가량이었을 것으로 추측한다”면서 “종아리뼈의 경우 양쪽에, 특히 왼쪽에 염증이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고 설명했다.
발굴된 유해는 29일 배티성지 대성당로 옮겨져 장봉훈 주교가 주례하는 이장미사 후 새 묘소에 안장됐다. 이장 미사 후에는 800여 명의 신자들이 유해와 함께 대성당에서 1㎞가량 떨어진 새 묘소까지 행렬하고 이장예식에 참례했다.
장 주교는 이날 미사 강론을 통해 “오 바오로 복자는 교구 관할 지역인 충북에서 태어나 순교한 충북 토박이 순교자”라고 소개하면서 “교구 신자들이 더 친근감을 느끼며 우리 신앙선조요, 복자인 오 바오로 복자를 공경하고 전구를 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복자는 1866년 병인박해 당시 진천지역에서 처음으로 순교했다. 모진 형벌과 문초에도 “나는 천주교인이오”라는 말을 일관하다 결국 사형선고를 받아 청주 진영에서 순교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