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홍성남 신부 「챙기고 사세요」 발간
“희생이 먼저라고요? 보통 사람들은 자신부터 돌봐야 합니다”
홍 신부가 쓴 세 번째 ‘속풀이 처방전’
‘착한 아이 콤플렉스’도 강박의 하나
이기심 부정 말고 받아들이자 강조
“우리 신자들을 보면 착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자기 자신보다는 남을 먼저 챙겨야 한다는 ‘착한 아이 콤플렉스’ 때문이죠. 하지만 건강한 심리와 바람직한 대인관계를 위해서는 자신을 먼저 챙기는 것이 중요해요.”
교회에서는 자신을 희생하고 타인을 위해 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실제로 우리가 존경하는 교회의 많은 성인성녀들의 삶이 그러했다. 하지만 홍성남 신부(서울대교구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 소장)는 신간 「챙기고 사세요」(276쪽/1만 3000원/아니무스)에서 이러한 교회 가르침에 당당히 ‘반기’를 들고 자신을 먼저 챙기는 ‘이기적’인 삶을 살라고 당부한다.
홍 신부는 “교회는 이기심을 죄악시하고, 이기적이라는 말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심리학은 자신을 챙기려는 마음인 이기심을 사람의 본능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인다”면서 “이타심과 이기심 사이의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챙기고 사세요」는 「벗어야 산다」, 「화나면 화내고 힘들 땐 쉬어」에 이은 홍 신부의 세 번째 ‘속풀이 처방전’이다.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을 맡고 있는 홍 신부는 책 안에 수많은 상담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병’을 치유하면서 얻은 깨달음을 재미있는 다양한 일화와 함께 풀어 놓고 있다. 화가 난 성모님, 잘난 척하는 신부,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지닌 남편, ‘대판’ 싸우고 난 부부 등의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홍 신부는 나와 가족, 관계를 챙기고 궁극적으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에서 해방되기 위한 여러 방법들을 제시한다.
“우리는 보통 ‘챙긴다’, ‘돌본다’라고 하면 이웃 사람을 돌보는 것으로 생각하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먼저 돌보는 것이에요. 나 자신을 돌보지 않고 이웃만을 살피면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걸릴 수 있어요. 이러한 강박관념에 사로잡히는 심리적 불안 상태에서는 정상적인 인간관계가 어렵게 될 뿐이죠.”
홍 신부는 「챙기고 사세요」에서 “마음의 고통은 반드시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자신을 돌보라는 내면의 소리”라고 진단한다. 이어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심리적 고통의 원인을 찾아 변화시킴으로써 자신을 새롭게 하라고 당부한다. 홍 신부는 “기존의 신앙관에서는 ‘화내지 마라’, ‘화를 누르라’하지만, 심리치료에서는 화를 누르면 결국 나중에 폭발하게 된다”면서 “자신의 감정을 포함해, 필요하면 화가 나는 감정을 챙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 신부는 모든 인간관계의 시작인 나 자신을 챙기기 위해 내면의 자신과 계속 대화할 것을 당부한다. 홍 신부는 “아물지 않은 채로 있는 과거의 상처가 덧나면 성격이 이상해지고 대인관계가 불편해진다”면서 “내 안의 자아와 끊임없이 대화해 응어리가 풀어지게 돕는 것, 이것이 자신을 챙기는 가장 첫 단계”라고 강조했다.
신앙인들은 모든 것을 희생하고 헌신하는 완벽한 삶을 꿈꾸지만, 사실 이 경지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홍 신부는 “보통 사람인 우리는 이웃과 함께 서로 돕고 살기만 해도 아주 잘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챙기고 사세요」를 “보통의 신앙인으로 살도록 돕기 위한 책”이라고 소개한 홍 신부는 “계속해서 관련 책을 발간해 신앙인들의 삶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