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부스의 달걀」처럼 갸름한 댤걀을 세우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밑둥이라도 깨뜨려 세우고 보면 그렇게 쉬울수가 없는 법이다. 문제는 누가 먼저 그일을 시작하고 가능케 하는냐고 달린것이다.
이런점에서 볼때 춘천교구 현리본당 본당회장 김종록씨(61ㆍ테오도로)도 선구적인 일을 해낸 사람중의 하나이다.
왜냐하면 지난 81년 경기도 가평군 현리 소재 한전(韓電) 출장소에서 수금사원 일을 하던 그가「먹고 살기도 빠듯하다」는 농가를 대상으로 신협(信協)운동을 전개해「현리 성가(聖家)신용협동조합」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신협 설립은 누구나 할수 있는 일일지 모르지만 51세의 노령의 수금사원으로서 학력이 국졸에 그쳐 금융계통에는 「까막눈」인 상황에서는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신협운동 한번 해보라』는 전 본당신부의 짧은 권유를 천명처럼 여기고 15명의 신자발기인과 출자금4백만원으로 신협을 출발시킨 그는 천신만고 끝에 이사장직을 그만둘 당시인 87년까지 조합원 4백60여명과 자산금 총5억4천만원을 돌파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전문적인 금융정보와 용객에 대한 서비스 투자보다는 평소 수금사원으로 서의 넓은 안면과 김씨의 드러나지 않은 이웃봉사ㆍ농심(農心)이 조합원을 끌어 들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수금을 하다보면 돈 백원이 없어 장농을 뒤적여 보는 혼자 사는 노파나 가끔 인적이 드문 산골에 자식만 남겨놓은 장례가 생기면 수금이고 뭐고 도와야 하고ㆍ장례의 경우는 관과 수의 그리고 식을 싸들고 가 밤을 새워주어야 하는 경우가 종종있다』고 말했다.
지역이 좁아 소문이 빠른 이곳에서 김씨의 인정어린 마음은 주민들에게 신협과 교회를 알렸고 적지않은 냉담자들을 다시 교회로 되돌아 오게 했다.
김씨는「시골 본당에서는 교리 설명이나 입교 권유보다는 행실을 보고 그 종교를 평가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에 말보다는 행동을 올바로 해야 하며 냉담자 회두도 논리적 설명보다는 길흉사때의 접촉으로 해결된다」고 말했다.
젊은시절 군에서 폭탄을 짊어지다 억눌려 악성늑막염을 앓아「여자는 일을 하고 나는 날마다 얻어먹어야 되는냐는 좌절감에 시달렸다」는 김씨는 이번 신협 설립으로 자부심을 되찾았고 그 감사의 마음으로 얼마전 성당 교육관 건립때는 늑막염 후유증에도 볼구하고 벽돌을 짊어지고 일일이 쌓은 열성을 보였다.
사무실 전세금이 없어 집까지 담보로 잡히고 설립인가를 받기 위해 눈을 부비며 법전을 뒤적인 일을 회고하는 김씨는 이제 마을 어귀에 사과나무 3백그루와 토종닭을 키우며 전원생활을 하고 있다.
이번 신협을 통해「일은 인간이 하지만 이루어 주시는 분은 하느님」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깨달았다는 김씨는 현재(91년말) 조합원 7백여명에 자산금 32억4천으로 치솟은 성가신협(이사장ㆍ김광배)의 발전을 바라보며, 전원생활 속에서 하느님과 가까이 할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을 꿈으로 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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