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들 말한다. 재산이 좀 있다고 해서 어려운 이들에게 기꺼이 나눠주기란 그리 쉽지않은 일이다.
지난 2월 5일 선종한 정월생(아녜스ㆍ대구 성북본당ㆍ70) 할머니가 베푼 생전의 선행들은 그래서 더욱 세인들간에 훈훈한 미담이 되고있다.
정씨가 생전에 남다른 정성을 갖고 후원한 곳은「보금자리 결핵요양원」 (경북 칠곡군). 7명의 난치성 결핵환자들이 살고있는 이곳에 정씨는 매달 70여만원씩의 적지않은 생활비를 도와주며 이들을 격려해왔다. 87년엔 요양원주변 땅 5백여평을 구입, 자활의 터를 마련해주기도 했다.
무의무탁노인 1백여명이 기거하는 경북 선산군 성심양로원(원장ㆍ이석철수사)에는 주위 신자들을 설득, 후원회를 조직해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기도했다. 성심양로원 우마리아 데레사 부원장은 『수시로 이곳에 들러 할머니들의 손을 잡고 말벗이 돼주셨는가 하면 용돈하시라며 일일이 손에 쥐어주기도 했다』 면서 『저희 집으로서는 너무도 고마운 은인이었다』고 기억했다.
선종하기 얼마전 가족의 만류도 뿌리치고 요양원과 양로원을 다녀와서는 코피를 흘리고 쓰러졌을때 가족들은 안타까움과 함께 할머니의 지극한 정성에 탄복했다고 한다.
10년전 회갑을 맞았을 당시 정씨는 평생의 소원으로 성전봉헌 의사를 밝히자 가족들이 이를 흔쾌히 받아들여 지금의 성북성당(대구 산격동) 부지 6백여평을 기증해 정씨와 그 가족들의 고귀한 뜻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딱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찾아 도와준 사례들은 모두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는게 주위의 말. 특히 사제ㆍ수도자들에 대한 정씨의 애정은 각별했었다고 그를 알던 이들은 말한다. 『수도자용 성무일도서를 구입하고서도 눈이 나빠 못읽는 것을 늘 안타까워 했다』는 구로사(삼덕본당)씨는 임종전에 동창생들이 방문했을때도 어려운 친구들에게 살림에 보태라며 조금씩 도와주면서 오히려 격려하는 것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정씨의 이런 선행들은 고인의 유품을 정리하던중 각지에서 보내온 감사의 편지들을 발견하고서야 알게되였을만큼 철저히 숨겨진채로 이루어져 고인의 갸륵한 뜻을 되새기게 했다.
『너무 열성적이다 보니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신앙생활이 마음에 차지않아 불평할 정도였다』는 신옥균(대구 죽전본당 전 회장)씨도 『좋은 일일수록 남이 모르게 해야한다며 자신에게 혹시 부유한 티라도 나지않을까 늘 신경쓰시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정월생 할머니는 죽는 순간까지 남은 재산을 불우한 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유언을 남겼다. 가족들은 고인의 뜻을 받들어 수억원에 이르는 유산을 영구적 기금으로 조성할 계획인데 양로원 설립, 장학사업, 군종ㆍ사제양성후원 등 고인의 넋을 기릴수 있는 여러 방안들을 구상중인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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