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단중독사목위 가톨릭사랑평화의집, 쪽방촌 주민에 도시락 배달
“부활의 기쁨 어려운 이웃과 함께 나눕니다”
2014년 교황 방한 이후 문 열어
도시락 전달·중독 치료 등 활동

예수 부활 대축일 다음날인 4월 17일, 서울 단중독사목위원회 위원장 허근 신부가 쪽방촌을 방문해 도시락을 전달하고 있다.
서울역 11번 출구를 나와 80미터쯤 걷다 보면, 왼쪽 길 건너편엔 고층 스마트 빌딩이 자리하고 오른쪽엔 오래된 쪽방 건물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쪽방 건물이 늘어선 사이로 유독 깔끔한 흰 건물이 눈에 띈다. 서울대교구 단중독사목위원회(위원장 허근 신부) 소속 가톨릭사랑평화의집(소장 김남훈)이다.
가톨릭사랑평화의집은 지난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뒤 한국 사회에서 소외된 이웃을 돌보면 좋겠다는 염수정 추기경의 뜻에 따라 그해 12월 문을 열었다. 인근 쪽방촌 어려운 이웃에게 도시락을 전달하고 쪽방촌 거주자 중 알코올중독자를 대상으로 중독에 관한 교육과 치료를 하는 게 주된 활동이다.
예수 부활 대축일 다음날인 4월 17일, 이곳에도 30여 명 봉사자들을 통해 부활의 기쁨은 어김없이 찾아들었다. 가톨릭사랑평화의집은 매주 월·수·금 주변 쪽방촌 주민들에게 무료로 도시락을 배달한다.
도시락 배달을 하는 이날 음식 조리와 배달을 담당한 봉사자들이 모였다. 배달 봉사자들은 배달에 나서기 전 유의할 점 등을 전달받고 도시락을 가방에 담아 3인 1조로 쪽방촌 도시락 배달에 나섰다. 이날은 특별히 주님 부활을 축하하기 위해 라면과 달걀이 함께 제공됐다.
이날 봉사에 참여한 방송인 최유라(안나)씨는 “봉사라는 것은 단지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주는 것은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일부분을 상대와 기쁜 마음으로 나누는 것”이라고 했다. 최씨는 “봉사가 베푸는 것이라는 마음을 버리니 도시락을 드리는 어머님, 아버님께 안부 인사를 한 마디라도 더 하게 된다”며 “봉사에도 마음의 학습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비가 내린 이날 오전, 도시락 배달은 쉽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3인 1조가 돼 집집마다 찾아갔지만 좁은 쪽방 건물에 들어서기 전 건물 밖에서 라면과 달걀을 나눠 담아야 했고 음식이 비에 젖지 않도록 우산을 받쳐야만 했다. 게다가 한 조가 30여 집 이상 배달해야 하기에 체력 소모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배달에 나선 봉사자들에겐 힘들다는 표정보다 “내가 해야 할 일을 당연히 한다”는 담담한 표정이 배어 나왔다.
이날 도시락을 전달받은 쪽방촌의 한 거주자는 “부활을 맞아 이렇게 찾아 주니 행복하고 감사하다”며 웃음을 지었다.
조지혜 기자 sgk9547@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