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9일 교중미사 후 신암성당 앞마당에서 본당 평협 주관으로 십자가의 길을 재연한 성극 ‘주님을 따라서’가 열리고 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형장으로 끌려가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실감 나는 연기에 공연 내내 눈물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의 죽음을 위해 예루살렘에 입성하심을 기억하는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을 지낸 4월 9일 오전. 대구 신암성당(주임 소병욱 신부) 앞마당에 십자가의 길을 재연한 성극 ‘주님을 따라서’(According to the Lord) 무대가 마련됐다.
이 성극은 본당 평협(회장 홍성훈)이 주관하고 산하 ‘하상 바오로회’를 주축으로 성인 남녀 신자들이 참여했다. 교중미사를 참례한 신자들은 파견 후 성당 앞마당에서 발길을 멈추고 눈물과 감동 속에 성극을 지켜봤다.
“네 십자가를 메고 똑바로 걸어가거라!”
모진 채찍질에 ‘예수’ 역을 맡은 신자가 십자가를 메고 위태롭게 걸어갔다. 온몸이 피로 물든 분장이 너무도 생생했다.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백인대장과 병사들은 연신 채찍을 휘두르며 예수님을 발로 찼다. 가시관을 쓰고 힘겹게 걸어가던 예수님이 쓰러지자, 숨죽여 관람하던 신자들 눈에는 눈물이 흥건히 맺혔다. 애통한 나머지 “그만 때려. 우리 예수님 죽겠다”며 소리치기도 했다.
을씨년스럽게 먹구름이 뒤덮은 하늘은 예수님의 수난 고통에 함께하려는 듯 어두웠다. 예수님께서 두 명의 도둑과 십자가에 달리는 순간, 신자들은 차마 쳐다보지 못했다. 십자가 죽음이 재연된 모습이지만 막상 눈 앞에 펼쳐지니 신자들은 예수님의 죽음을 몸소 체험한 듯 큰 감동을 받은 모습이었다.
주임 소병욱 신부는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예수님의 수난을 묵상하고 성극 무대를 통해 구원자 예수님의 죽음을 나누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본당 신자 모두가 우리를 대신해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의 참뜻을 알고, 일상에서 주님의 자녀로서 합당한 삶을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원희 기자 petersco@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