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아침에 바뀐 삶을 그대로 인정하고 기쁘게 살아가는 청년과 사제로 서품돼 첫 소임지에 부임한 의욕이 넘치는 젊은 신부와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가 새해 벽두에 세인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태권도 3단, 합기도 3단의 건강한 청년으로 군복무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에 입대했다가 척수뇌막염으로 식물인간이 되어 돌아온 김종석(요한ㆍ24세)씨.
지난 90년 9월4일 군입대, 훈련을 받다가 쓰러져 지금까지 병원신세를 지고 있는 김종석씨는 담당의사로부터 사망선고를 받고 국군묘지에 안치시키겠다는 위로를 받았을 정도로 거의 가망이 없었다고 한다.
끈질긴 기도로 다시 태어난 김종석씨는 현재 배꼽밑 하반신이 완전 마비인 상태이고, 왼쪽 손 역시 완전하지 못한 실정에서 하루 서너시간씩 피아노 앞에 앉아 땀을 흘리고 있다. 김씨가 떨리는 손으로 피아노를 치겠다고 다짐한 이유는 현재 그가 입원하고 있는 보훈병원 성당에 미사반주자가 없기 때문이란다.
『제가 이렇게 살아난 것은 하느님의 은총으로 생각한다』고 말하는 김종석씨는 『저를 살려준 하느님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본 끝에 미사반주를 생각해 냈다』고 피아노를 배우게 된 이유를 밝힌다.
지난 10월 16일 서울 둔촌동본당 제2 보좌신부로 부임해 현재 보훈병원 성당 사제관에 기거하고 있는 최호영(요한)신부로부터 피아노 지도를 받고 있는 김씨는 『최 신부님을 만나게 된 것은 하느님의 특별한 사랑의 은총』이라고 기뻐하면서 『신부님께서 방 열쇠를 주시면서 언제든지 피아노를 치도록 허락해 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하다』며 밝게 웃는다.
사지가 멀쩡한 정상인(?)들을 반성케 하는 김종석씨의 삶에 대한 태도를 보면서 최 신부는 『내가 종석이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겸손해 한다. 『그러나 종석이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하느님 사랑의 위대한 힘을 느끼게 된다』고.
생각지도 못했던 병을 얻고 장애인이 돼 병원에 입원하는 이들을 많이 보아왔다는 보훈병원 간호사들은 『종석씨 만큼 자기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보기 드물다』라고 입을 모으면서 『종석씨가 신부님과 함께 피아노를 치는 모습을 대할 때면 정말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이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거룩해 보인다』고 말한다.
최 신부와 세례명이 같아 더욱 기쁘다는 김종석씨는 『내게 피아노 연습을 시킬때 신부님의 모습은 무서운 호랑이로 변한다』고 전하면서 『그러나 신부님은 항상 웃는 얼굴로 내게 희망과 용기를 주신다』며 최 신부의 사랑에 감사해 한다.
이렇게 열정적으로 피아노를 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는 최 신부는 『정상적인 사람도 나이가 들어 피아노를 배우기가 어려운데 하물며 장애의 몸으로 짧은 기간에도 놀라운 발전을 하고있는 김종석 형제의 모습이 대견하다』고 밝히며 『항상 밝은 모습으로 사는 종석이의 모습은 사제로서 내 삶을 반성케 한다』고 말한다.
새해에는 좀 더 아름답고 흐뭇한 일들이 많기를 바라는 우리 모두의 바램에 종석 형제와 최 신부의 사랑의 나눔은 아마도 메말라가는 세태에 신선한 화제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가난을 못 이겨 범죄의 나락으로 타락해 가는 사람들, 한 순간의 잘못을 이겨내지 못하고 점점 악해지는 많은 이들을 반성케 하는 김종석씨의 삶에 대한 의지와 겸손함은 새해를 시작하는 우리 모두의 가슴에 조용히 스며들어 훈훈한 사랑의 향기를 자아내게 한다.
『불현듯 찾아온 불행에 대해 이를 거부하기 보다는 그냥 내 현실로 인정하고 나니 훨씬 극복하기가 수월했다』고 회고하는 김종석씨는 『옛날의 나는 죽었고 이제부터는 무상으로 하느님께 받은 생명이기에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 했다.
최호영 신부를 형처럼 따르는 김종석씨는 『가장 열심히 사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아니냐며 『내가 할 수 있는 조그만 것이라도 봉헌하며 살 수 있기를 항상 주님께 기도한다』고 말하며 밝은 웃음을 짓는다
새해를 시작하는 새해 벽두에 지금 있는 그 자리에서 자신의 삶을 최대한 사랑하며 기쁘게 살려는 김종석씨와 이를 도와 풋풋한 사랑을 나누는 젊은 신부와의 사랑 이야기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가슴에 따스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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