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규현 신부
“수많은 사랑의 손길에 감사”
많은 양심수들 남겨둬 가슴아파
지난 1989년 밀입북 사건으로 공주교도소에 수감중이던 문규현 신부가 12월 24일 특별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친형인 문정현 신부가 주임으로 있는 전주교구 금마본당 사제관에서 12월 26일 오후 문규현 신부를 만났다.
-지금의 심정은.
▲착잡하다. 5공비리 사건, 수서 특혜사건 등에 연루된 사람들이 특별사면 복권 등 형편에 어긋난 처우로 석방되는 과정에 가석방이란 꼬리를 달고 들러리를 선 것 같다. 더구나 문익환 목사를 비롯 많은 양심수들을 남겨둔채 석방돼 안타깝다.
-24일 석방될지는 알았는지.
▲전혀 몰랐다. 느닷없이 오늘 석방이니 짐 싸라 해서 알았다. 이렇게 나갈려고 이 고생을 했나 싶은게 무척 허탈하였다. 나는 나 개인이 아니다. 가족이 있고, 교회가 있고, 사회가 나를 보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는 못 나가니 집이나 교구청에 연락해서 데려가도록 해달라고 했다.
-건강이 좋지않았다고 들었는데.
▲무척 건강하다(환하게 웃으며). 건강유지를 위해 요가를 비롯 많은 운동을 했다. 아프지 않고 은혜로이 살았다.
-교도소내에서 시간은 어떻게 보냈는지.
▲주로 책을 읽고 기도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교도소 생활후 남은 것은 책만 한 차였다. 또한 채소를 가꾸고 토끼를 키우며 생물들과 대화를 만끽할 수 있었다. 농민들의 땀과 하느님 생명의 신비를 체험할 수 있었다.
-수감생활을 정리한다면.
▲무척 은혜로운 시간이었다. 모든 동물, 심지어 식물도 사랑을 주면 그 사랑을 알고 따르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다만 이러한 사랑을 인간이 자의적으로 주었다 빼앗았다 하는 안타까움이 함께 하기도 했다.
-그동안 문 신부님의 석방을 위해 전주교구민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의 기도와 노력이 있었는데…
▲정말 감사할 뿐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내가 정말 많은 이의 사랑과 기도속에 있구나 하는것을 느꼈다.
무엇보다 외딴 섬에서 한 촌부가 생전 처음쓰는 편지라며 따뜻한 위로를 전해오거나 한 국민학생이 안중근 의사에게 고해성사를 주었다고 성직을 박탈당한 홍석구 신부님을 생각하며 문 신부님을 존경합니다 라는 편지를 받았을 때 너무나 큰 위로를 받았다.
-수감 전과 후를 비교해 심경의 변화는.
▲수감 전에 비해 나 자신이 많이 풍성해졌다. 지금까지 생각하고 행동하던 바를 더 깊이 생각하고 이해할수 있었다.
-수감생활중 어려웠던 점은.
▲교회밖에서 보다 교회내에서의 돌팔매가 아팠다. 교회가 주는 아픔이 크다.
-사실 문 신부님의 북한방문이 교회내에서도 긍정적이지 못한 면이 많았다. 어떻게 생각하나.
▲교회내에서의 비판은 있을수 있다. 그것은 다양성을 말하는 것이고, 이러한 다양성의 일치가 교회의 모습이다. 단지 자기 절대화는 말아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누가 뭐라해도 나는 한 사제이다. 교구에 소속된 한 신부로서 교구장님의 지시에 순명할 것이다.
-앞으로 하고싶은 일은.
▲사제적 삶 안에서 분단의 역사로 인해 철조망에 허리 조이는 동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싶다. 분단의 희생양으로 40년 넘게 장기수로 죽음의 삶을 살고있는 분들을 이 태양아래 민족 공동체 안에 되살리고자 노력하고 싶다.
◆ 임수경씨
대학원 진학…언론 공부할터
"수감중 고독이 제일 힘들어,,
『우선 기쁩니다. 모든 사람에게 축복이 있기를 빕니다』
분단의 벽을 허물기 위해 정부의 허가없이 89년 6월 북한을 방문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구속 감방에서 네 번째 겨울을 맞던 임수경(수산나ㆍ24세)씨는 12월 24일 오후 수감중이던 청주여자교도소를 나와 첫 석방소감을 밝혔다.
석방 후 제대로 쉬지를 못해 까칠한 모습으로 기자회견에 임한 임수경씨는 『저와 문 신부님의 석방으로 통일운동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히면서 『저의 방북과 이번의 석방은 내 개인적인 일보다는 여러분들이, 나아가 우리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아직은 어린나이에 3년 4개월 동안의 독방생활에서 오는 피곤함이 역력해 보이는 임씨는 수감중 가장 힘들었던 것이 『독방에서 생활을 했기 때문에 고독감이 제일 견디기가 힘들었다』고 말하면서 『혼자 있는 동안 정의롭고 사랑 자체이신 예수님에 대한 묵상을 하는 좋은 기회가 됐다』며 환하게 웃었다.
또한 임씨는 『수감되어 있는 동안 노래방이 젊은 사람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들었다며 『노래방에 꼭 가고 싶다』고 말하면서 『내년에 복학해 공부를 계속하겠으며 가능하면 대학원에 진학해 언론관련 분야를 전공하고 싶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임수경씨는 또한 『저를 위해 너무 많이 고생하신 부모님을 위해 효도하는 착한 딸이 되고 싶다』고 밝히고 아울러 『양심수를 둔 모든 부모님들과 민주제단에 바쳐진 영령들을 찾아보고 싶다』고 토로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