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가 토마스 머튼(「칠층산」의 저자)밑에서 사사(私事)하고 이미 H. 뉴엔의 「제네시 일기」에서 영신적 카운슬러와 영성의 대가(大家)로 부상된 미국 제네시 트리피스트수도원 원장 요한 에우데스 아빠스가 2월 24일 출국했다.
지난 10일 내한한 에우데스 아빠스는 방한기간중 경기도 법원리 소재 한국순교자의 성모 트라피스트수도원(원장ㆍ오무수 신부)을 방문, 수도자들을 대상으로 영성 교육과 상담을 하기도 했다.
『한국인의 전통적인 소박미(素朴美)와 자연관을 되찾는 것이 영신생활의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한 에우데스 아빠스를 통해 올바른 영성생활이 무엇인지 들어본다.
- 이번 한국을 방문한 이유는 무엇이지요.
▲한국에 세운 트라피스트수도회가 아직 생긴지 얼마 안된 젊은 공동체여서 신경이 쓰이고 수도회의 영성과 수도자 양성방향을 같이 논의하고 격려하기 위해 왔습니다.
- 서구에서 형성된 트라피스트수도회의 영성을 한국사회에 토착화 시키는데는 상당한 시간과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토착화에 대한 대책은 어떤 것입니까?
▲이 수도회가 처음 한국에 진출할 때에는 트라피스트수도회의 정적이고「단순(Simple)」한 생활이 소박함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심성과 너무나 잘 맞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실상은 한국인의 심성이 너무나「서구화」되고 물질적으로 기울어져있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선(線)과 여백, 자연스러움, 소박함 등 내면을 중요시 하는 아름다운 전통 유산이 있지만 너무 급속한 경제성장과 무분별한 모방으로 물질주의적이고 이기적인 심성으로 변해 버린 것 같습니다.
이 수도회 영성의 토착화 여부는 수도회측 보다는 한국의 젊은이나 신자들이 내적인 생활을 중요시해온 선조들의 전통을 얼마나 아끼고 간직하는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이번 내한이 5번째인 것으로 알고 있고, 현재 한국말을 배우시며 한국사회와 교회에 관심을 갖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현 한국교회 전반에 흐르는 영성은 무엇이고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보십니까?
▲한국교회는 전반적으로 「권위적」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모두가 장군일 때 서로 겸손하거나 협동하기가 쉽지 않겠지요.
요즘 젊은이들은 권위적인 것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성직자나 수도자도 외적 권위에 의존하지 말고 마음을 열고 접근해야 젊은이들을 교회로 불러 모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사람들중에는 관상생활을 비생산적인 행위로 치부하거나 염세적인 이원론(二元論)의 표현이라고 보는 이가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관상생활의 진면목은 무엇인지요.
▲수도승은 세상과는 다르게 살아갑니다. 깊은 산속에서 침묵과 노동, 욕망을 끊고 살아가기 때문에 외적이고 물질적인 세계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무의미하고 비정상적인 생활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반대로 세상의 중심인 하느님을 잊고 물질과 욕구를 쫓는 현대인은 과연 진정 생산적이고 건전한지 의문스럽습니다.
관상생활이란 하느님을 중심으로 사는 삶이 얼마나 중요하고 건전한지를 일깨우고, 물욕(物慾)으로 내면을 갉아먹는 현대인들에게 하느님께 나아가는 길을 보여주는 정화기능을 수행하게 됩니다.
- 교회내에서 가끔씩 「영성적」이라는 평가가 주로 열광적인 기도나 신심행위에 도취된 이들에게 주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열광적인 신심행위와 올바른 영성생활과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영적이라는 것은 어떤 특별한 무엇이 아니라 아주 단순(simple)한 것으로 하느님과 함께 살면서 이웃을 사랑하는데 예민하다는 것을 말합니다. 이웃관계가 배제된 열광적인 기도나 환시체험은 올바른 영성체험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토마스 머튼도 『쌍뚜스(santus)라 불리우는 자는 이미 진정한 성자가 아닐수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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