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과 사드 배치 결정 등으로 이 땅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요즘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한 혼란과 마주하고 있다. 3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는 다시금 이기적이고 반생명적인 죽음의 문화를 돌아보게 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인가, 또 어떻게 사는 것이 그리스도인으로서 맞갖은 삶인가.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가 2012년부터 최근까지 발표한 강론과 강의, 심포지엄 주제 발표 글을 모아 「희망의 길을 걷다」(300쪽/1만2000원/바오로딸)를 펴냈다. 제주 4·3사건, 핵발전소, 생태 환경, 세월호 문제 등 오늘날 신자들이 삶 속에서 부대끼는 이야기를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에 비추어 사목자로서 성찰하고 고민하고 질문한 내용들을 담았다.
총 6부로 구성된 책에서 제1부 ‘강정의 10년’은 특별히 제주교구장으로서 살아온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새롭게 쓴 글이다. 제주에서 4·3사건을 만나고 강정마을에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면서 겪어야 했던 혼란과 다짐, 그리고 함께하는 이들에 대한 고마움과 연민들이 솔직한 어조로 쓰여 있다.
3월 24일 서울 명동 바오로딸 서원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강 주교는 “많은 이들이 ‘강정’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현지 사람들은 계속해서 ‘지금’ ‘오늘’의 문제로 느끼고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참된 평화는 무력으로, 무기로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 교회의 전통적 가르침이고, 현대의 모든 교종들도 강조하는 바입니다. 천문학적인 액수의 예산을 살상을 위한 군비 강화에 투입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고민하고 재고해야 할 문제입니다. 또 정치지도자들에게 과연 이것이 옳은 일인가 생각할 수 있도록 여론을 조성해가야 합니다.”
책 속의 글들은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강정의 평화를 기원하는 도보순례를 하며 들려준 단상들처럼 ‘현장’이 녹아들어가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그 안에서 강 주교는 “어둠이 진리를 짓눌러도 예수님이 좌절하지 않고 희망을 버리지 않으셨듯이, 우리도 참 평화를 이루기 위해 자기 몸을 내어주신 예수님에게 희망을 두고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으로 남을 것”을 호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