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참으로 어려운 시간들이었습니다. 교회공동체의 장, 그것도 전국의 평신도를 대표하는 평협의 회장이란 직분은 결코 멋모르고 덤벼들 자리가 아니었음을 오늘, 그 무거운 짐을 벗으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막중하고 어려운 직분인만큼 책임이 무거웠던 것은 강조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더구나 제가 평협의 회장으로 재임한 지난 4년간은 우리사회 전반에서 혼돈이 자리하던 때였습니다. 교회라고 그 혼돈에서 예외일 수는 없었지요. 더구나 평신도는 이 세상속에 살면서 그리스도를 증거해야 하는 신분이라는 점에서 더욱 예민하게 그 같은 혼돈과 부딛쳐 나가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본의 아니게 여러가지 부조화와 불협화음이 발생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다르게 생겼듯이 우리의 생각도 각자 틀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니겠습니까?
다만 제가 모든 분들께 사죄를 드리는 것은 평신도 대표로서 그 같은 다양함을 교회의 장점으로 살려내는 슬기로움을 가지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만일 제가 보다 현명하고 슬기로왔다면 오늘 우리 평신도들의 위상은 한국교회안에서 더욱 굳건하게 자리할 수 있었으리라는 아쉬움을 가져봅니다. 이 지면을 빌어 모든분들에게 저의 부족함을 너그럽게 받아주십사 청을 드립니다.
그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평협은 우리에게 맡겨진 중요한 몫들을 열심히 수행할 수 있었다고 자부해 봅니다. 그것은 부족한 저를 포함 우리 평협을 사랑하는 모든 평신도 형제들과 성직, 수도자들의 관심과 기도 그리고 협력속에서 가능할 수가 있었습니다. 다시한번 모든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평협회장 재임시 시작된 「내탓이오 운동」은 돌이켜 생각해도 감사의 마음이 절로 생깁니다. 평협의 신뢰회복 운동의 일환으로 시작한 「내탓이오 운동」은 시기적으로 적절한 운동이었기에 많은 이들의 호응이 있었고 성과가 있었을 것입니다. 대개의 운동처럼 일회적으로 끝나지 않고 사회 저변의 생활운동으로 지속적으로 전개될 수 있었던 것도 이 운동이 절실히 필요한 시대적 상황에 힘입은 바 클것입니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내탓이오 운동」이 우리 교회안에서 보다 실질적으로 응용이 되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제게 남은 한가지 소망이 있다면 「내탓이오 운동」이 우리교회 모두에게 변화를 주는 운동으로 계속 발전하는 것입니다. 우리신자 한사람, 성직자 한사람 모두가 남을 탓하기 전에 자신을 돌아본다면 이 운동은 교회의 쇄신과 발전에 좋은 밑거름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물론 여기에 저라고 예외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미쳐 못다한 일들은 다음 회장님과 형제들께서 이루시리라 확신합니다. 잘못된 부분이나 오류는 고쳐서 더욱 발전시키고 성장시켜 나가시리라고 믿습니다. 시련속에 피는 꽃은 더욱 아름답다고 합니다. 아직은 어려운 여건이지만 우리 평협이 계속 발전해 나가리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미래 교회는 바야흐로 평신도들의 참여와 책임이 더욱 요청될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모든 평신도가 반듯이 서면 교회 역시 반듯할 수 밖에 없습니다.
평범한 평신도의 한사람으로 반듯이 서는 대열에 함께 하고자 합니다. 항상 그래왔듯이 성모님의 군대, 레지오 마리애의 일꾼으로 작은 몫을 보태는 일에 큰 보람을 가지려고 합니다. 신임 회장님께 축하의 말씀을 전하면서 아울러 영육간의 건강을 주시도록 소박한 기도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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