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희토요문화학교 어쿠스틱 기타 반에서 기타를 배우고 있는 학생들.
서울 연희동본당(주임 김찬회 신부) 초등학교 5학년 박주아(데레사)양은 매주 토요일 오전부터 성당 갈 채비로 분주하다. 12시부터 시작되는 ‘연희토요문화학교(이하 문화학교)’ 바이올린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이 강좌에는 친구 이민지양도 함께 참여한다. 바이올린을 배운 뒤에는 미술과 영어 강좌도 듣는다. 가톨릭 신자가 아니지만 문화학교 수업 후 3시 초등부 미사에 꼬박 꼬박 참례하는 이민지양은 “친구 주아를 따라 곧 세례를 받고 싶다”고 밝혔다.
2012년 3월부터 진행되고 있는 연희토요문화학교가 본당과 지역민들의 소통을 위한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미술, 영어, 플루트, 바이올린, 하모니카 등 5개 과목으로 시작됐던 문화학교는 현재 독서논술과 어쿠스틱 기타 과목을 추가해 총 7개 반으로 운영한다. 초등학생에서부터 중학생까지, 또 본당 신자들뿐 아니라 지역민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인원은 중복 수강생들을 합쳐서 120여 명 정도다. 문화학교에서는 월 2만원의 저렴한 수강비용에 전문가들의 강의까지 제공하고 있어, 본당과 지역 학부모들 사이에서 ‘성당에서 안전하게 부담 없이 양질의 교육을 시킬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났다. 그래서 강좌 등록 때가 되면 대기자가 생길 만큼 문의가 쇄도한다.
이러한 문화학교의 인기는 주일학교 활성화로 직결된다. 수업이 대개 12시에서 3시까지 진행되기 때문에 학생들은 수업 후 자연스럽게 3시 초등부 미사에 참례한다.
문화학교 운영 실무봉사를 맡고 있는 강미혜(세실리아)씨는 “문화학교 개교 후 아이들이 토요일 오후를 성당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었다”면서 “성당이 즐겁게 배우고 기도하는 공간이 되면서 주일학교 참석률도 함께 높아지는 긍정적 효과를 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신자가 아닌 학생들이 수업을 통해 세례를 받는 경우도 있다.
지속적으로 문화학교 운영이 이어져 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강사로 나선 봉사자들의 노력과 본당의 지원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본당 신자들이 품앗이로 자녀를 돌보듯 수업을 맡거나 운영에 힘을 모았고 본당에서는 문화학교가 재정적으로 자립할 때까지 묵묵히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김찬회 주임 신부는 “선교 활동이 정체되고, 교회가 비신자들의 만남을 어떠한 방법으로든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문화학교는 지역민들과의 교류에 있어 참고해 볼 만한 방안”이라면서 “이 같은 만남이 활동 자체로 그치지 않고 신앙의 싹을 틔우고 영적 성장을 위한 작은 씨앗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