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3월 10일 대통령 탄핵을 인용했다. 헌정 사상 초유의 일로, 한국교회는 사랑과 평화 정신으로 국론 통합을 선도해야 할 역할을 부여받았다.
한국교회 장상들은 탄핵 결정이 나온 직후 국민 모두가 화해하고 일치를 이뤄 대통합을 완성해야 한다고 일제히 호소했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정치권과 국민들이 헌재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국민 통합을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염 추기경은 3월 10일 헌재 선고 직후 ‘모두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요한 17,21)라는 제목으로 메시지를 발표했다. 염 추기경은 “국정 책임자들은 국민에게 끼친 걱정을 송구하게 생각하고 국민 앞에 진정으로 사죄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일침했다. 또 “상호 비방과 분열을 뒤로하고 화해와 일치를 통한 공존의 길을 찾자”고 당부했다.
탄핵 정국으로 야기된 사회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그리스도인들이 먼저 나서 대화와 용서를 실천하고 화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광주대교구장)는 같은 날 오후 긴급 기자 인터뷰를 통해 “헌법 가치라는 테두리 안에서 서로 다름을 존중하고 수용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김 대주교는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파면해 마음이 무겁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내면서 “대립과 갈등을 거두고 국민 대통합으로 안정된 나라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춘천교구장 김운회 주교도 탄핵 선고를 앞둔 3월 9일 “탄핵 심판이 어떻게 결정되더라도 화해와 일치의 자세로 헌재 결정에 승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3월 10일 헌재 결정 직후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는 노력에 신앙인들이 앞장서 줬으면 좋겠다”고 권고했다.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회장 이영자 수녀)는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에 관한 여성 수도자들의 입장’을 내고 “국민 모두가 진실과 정의를 향해 걸어온 긴 여행을 끝냈다는 기쁨과 동시에 미래에 대한 염려를 내려놓을 수 없어 여성 수도자로서 하느님 나라의 진정한 실현을 위해 변화된 삶을 꿈꾼다”고 밝혔다.
헌재 탄핵 인용 선고가 나옴과 동시에 박 대통령은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차기 대통령 선거는 헌재 결정 선고 시점으로부터 60일 이내에 실시해야 한다.(헌법 제68조 제2항)
한국교회는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 이후 공동선을 실천하고 정의와 평화, 화해의 길을 넓히기 위한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왔다. 전국 신학생들이 지난해 10월부터 시국선언에 앞장섰고 각 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남녀 수도회별로 시국미사를 봉헌했다. 국내를 넘어 해외 한인 사제단과 신자들도 시국선언 대열에 동참했다.
지난해 12월 3일 국회에서 탄핵안이 발의되자 주교회의는 12월 7일 사회주교위원회 명의로 “국회는 국민이 부여한 탄핵소추권을 행사할 의무가 있다”고 입장문을 냈다.
헌재 선고에 앞서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3월 9일 ‘탄핵심판 선고를 앞둔 대국민 호소문’을 내고 국민들에게 헌재 판결을 수용할 것을 호소하면서 “교회는 정의의 열매로 얻어지는 평화를 추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