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1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파밀리아 채플에서 열린 ‘도시피정 따뜻한 마음 쉼 2’에서 묵상하고 있는 참가자들.
‘예수님은 우리를 위해 피 흘리고 계신데 나는 내 두 손으로 무엇을 하였으며 무엇을 하고 있으며 무엇을 하려 하는가.’
불 꺼진 성당, 전면 스크린의 조르주 루오 연작 판화 ‘미세레레’ 중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모습과 묵상 글귀만이 선명하다. 엠브로시안 성가가 잔잔하게 흐르는 가운데, 성당을 메운 이들은 침묵에 잠겨 성찰과 사색 속으로 빠져든다. 성당 밖 도심 한복판의 소음도 잊혀지는 순간이다.
재의 수요일인 3월 1일 오후,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주임 고찬근 신부) 파밀리아 채플은 쉼과 명상의 공간으로 변모했다. ‘눈부신 어둠으로 겸허한 어둠으로’를 주제로 이해인 수녀의 시 등 시구와 그림, 성가 속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도시피정 따뜻한 마음 쉼 2’가 열린 것.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는 물론 비신자들까지 200여 명이 함께한 이날 행사는 일상 안에서 지친 마음을 침묵 속에 되돌아보는 자리가 됐다. 또 시 그림 음악이라는 다양한 문화적 접근을 통해 보다 편안하게 기도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도시피정은 명동대성당의 ‘문화가 있는 명동’(이하 문화 명동) 프로그램 일환으로 지난해 5월 처음 시도됐다. ‘도시피정 마음 쉼 1’을 통해 대한민국 대표 도심에 자리한 성당의 상징적인 위치에 더하여 ‘도피(도심 속 피정)’라는 주제를 구현, 눈길을 모았었다. 이번 행사는 ‘도시피정’이라는 연속성 안에서 사순 시기를 시작하며 ‘수난’과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으로 준비됐다.
특별히 이해인 수녀가 기획 단계에서부터 참여, 주제와 방향을 제시하고 시 선정 작업 등을 함께하며 전체적인 멘토 역할을 담당했다. 조르주 루오의 판화는 정웅모 신부(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 유물담당)가 선정하고 글을 붙인 책 ‘미세레레’에서 소개됐다.
이날 피정에서는 참석자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기도를 편지로 써보는 시간도 마련됐으며 문화소외계층을 위한 모금도 있었다. 모인 성금은 원주교구 풍수원성당 금대공소에 전해질 예정이다.
본당 주임 고찬근 신부는 “문화 명동을 통해 명동성당이 모든 이에게 열린 사색의 공간으로 전환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특히 대한민국의 상업과 관광의 대표도시인 명동이 정신적인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도시민들에게 치유 공간으로 자리매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 2005년부터 매해 5월 진행된 ‘문화 명동’은 클래식 공연, 전시, 강연 등 다양한 문화 행사들을 통해 명동을 찾는 신자들과 일반인들에게 도심 속 문화축제로 자리매김해오고 있다. 또 단순한 공연을 넘어서 도시 피정 등으로 프로그램의 폭을 넓혀나가고 있다. 2017년 문화 명동에서는 이번 도시피정을 시작으로 다섯 차례의 피정이 준비된다.
※문의 02-774-1784(내선 2214)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