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교는 가톨릭교회와 신학적으로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의화 교리에 관한 공동선언’ 등 굵직한 일치운동 결과를 내놓기도 했지요. 개신교 교단 중에는 성공회 다음으로 가톨릭과 비슷합니다.”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 김희중 대주교는 2월 26일~3월 1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교회일치 관련 국제회의에 참가했다.
이번 회의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와 그레고리안 대학, 루터교의 요한 아담 뮐러 교회일치 연구소가 공동으로 마련했다. 주제는 ‘루터와 성사: 교회일치 관점에서 가톨릭의 재해석’이었다.
500년 전 루터가 일으킨 종교개혁은 그리스도교 교단 분열의 밑바탕이 됐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루터교는 가톨릭교회와 신학적으로 많은 부분에서 공감하고 있다. 김 대주교는 이번 회의를 통해 가톨릭교회와 루터교가 바라보는 여러 가지 성사에 대한 견해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번 회의는 세례성사와 고해(참회)성사, 성체성사 등 성사를 주제로 루터교와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을 비교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각 교단은 각 주제에 관해 2명씩 발제를 하고, 질의응답을 통해 의견을 나눴다.
회의에는 교황청 일치평의회 위원을 비롯해 가톨릭교회와 루터교의 신학자 150여 명이 참가했다. 한국에서도 김 대주교를 포함해 5명의 신학자가 참가했다.
김 대주교는 “세례성사에 대해서는 두 교단 모두 같은 신학적 견해를 갖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대주교는 고해성사와 성체성사 의미를 좁게 해석하는 개신교의 시선을 아쉬워했다.
김 대주교는 “예수님 시대에 한센병 환자와 중풍환자 등은 하느님의 벌을 받은 이들로 인식됐으며, 예수님께서는 이들의 병을 고치면서 죄까지 용서해 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병의 치유는 죄의 용서로 넓게 해석해야 하며, 교회는 사제의 특권이 아니라 예수님의 사명을 받아 신자들의 죄를 용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성체성사의 경우도, 사제가 미사 때 그리스도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으로 제병과 포도주를 들고 이는 ‘내 몸’, ‘내 피’라고 선언하면 본질이 변하는 것”이라면서 “개신교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대주교는 올해 맞이하는 종교개혁 500주년이 “교회는 항상 쇄신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고 역설했다. 김 대주교는 “교회는 항상 쇄신돼야 하며, 그 지향점은 초기교회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대주교는 ‘너의 구원이 온전히 너에게 달린 것처럼 노력하라. 또한 너의 구원이 하느님께 달린 것처럼 열심히 기도하라’라는 성 이냐시오 로욜라의 당부를 상기시켰다. 성 이냐시오는 루터와 동시대 인물로 교회 내에서 복음적 쇄신을 강조한 인물이다. 김 대주교는 “이 말은 하느님 은총과 인간 협력 간의 상호 관계를 잘 설명한 내용”이라면서 “우리는 항상 복음을 중심으로 초기교회로 돌아가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