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노숙인을 위한 사목에 오랜 기간 노력을 기울여오고 있음에도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사목적 모델을 만들어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노숙인사목 일선에서 뛰고 있는 전문가들은 노숙인에 대한 교회 차원의 보다 획기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가톨릭노숙인복지협의회 회장 이향배 수녀(예수의꽃동네자매회·서울시립 은평의마을 원장)는 “노숙인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자기 자신을 돌볼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이들”이라며 “노숙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 정립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 일반인들은 물론 신자들 사이에서도 노숙인에 대해 ‘일할 수 있는 노동력이 있는데도 자립·자활 의지가 부족해 노숙인으로 산다’는 선입견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일선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한국가톨릭노숙인복지협의회 회장 이병훈 신부(들꽃마을 원장)는 “노숙인들 안에도 다양한 배경과 상황이 존재한다. 노숙인들이 처한 현재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 지점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 신부는 “노령화에 따라 노숙인들의 정신적 육체적 상황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자립·자활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김남은 수녀(성령선교 수녀회·서울시립 여성보호센터장)는 “노숙인과 일반인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말한다. “게으르고 악해서 노숙인이 된 것이 아니라 누구라도 상황이 닥치면 노숙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현실은 이들의 지적이 틀리지 않음을 확인시켜 준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노숙인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한 1997년 IMF 경제 위기 이후를 보면 실업률 증가, 양극화 심화, 경기 불안정 등의 이유로 비자발적으로 노숙 상태에 이른 이들이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멀쩡한 사람이 왜 일하지 않는가’라는 냉소적인 시선부터 걷어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 노숙인들은 질병, 장애, 노령화 등으로 '멀쩡하지 않은' 경우가 8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김남은 수녀는 또 “해외에서는 본당에서 복지시설을 초대해 시설을 알릴 기회를 주기도 한다”며 “본당 차원에서 노숙인과 노숙인시설에 대해 제대로 알릴 기회나 프로그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여성 노숙인의 경우 노숙생활에서 비롯한 정신적 트라우마로 고통을 겪는 경우가 많고 현재 노숙인시설에 있는 이들의 나이, 건강 조건을 고려해도 자립은 어렵다”며 대상에 따른 사목적 접근을 주문했다.
이병훈 신부는 “빈곤 등 사회구조적 문제가 있음에도 개인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려는 태도는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노숙인을 위한 교회 차원의 배려도 눈에 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80세 생일에 노숙인을 초대해 함께 식사를 하고 바티칸에 노숙인을 위한 샤워시설을 만들었다. 또한 김희중 대주교(광주대교구장)는 지난해 4월 광주지역 노숙인 샤워 공간 리모델링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헐벗고 굶주린 이들에게 다가서려는 몸짓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병훈 신부는 “노숙인들에게 가장 힘든 것은 관계가 단절된 현실”이라며 “교회는 이들이 인간적인 관계를 맺고, 서로 위로하며 살아가는 생활공동체를 형성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지혜 기자 sgk9547@catimes.kr